[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일본 후지필름이 한국법인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FEIK)’를 설립하고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키로 한 가운데 그간 국내 유통을 담당했던 롯데그룹 계열사 한국후지필름과 마찰을 빚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계열사 한국후지필름(대표 이창균)은 최근 FEIK로 이직하려 했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 소속 팀장급 직원들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을 고소한 뒤 해고 조치했다.
한국후지필름은 이들이 FEIK로 이직할 경우 협력 유통업체의 정보 등 사측의 영업비밀을 누설할 수 있다며 법원에 이들의 이직 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FEIK로 자발적 이직을 완료한 일반 사원·대리급 직원들에 대해서는 별 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후지필름 본사는 자사 디지털카메라 사업의 한국 내 매출이 급감하자 올 상반기 국내에 직접 진출할 것이라는 방침을 한국후지필름에 통보했다.
한국후지필름은 유통 인프라 등을 후지필름 본사에 통으로 넘겨준 뒤 관련 비용을 산정해 제안했지만 일본 후지필름은 이를 거절했다. 한국후지필름은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주요 유통 협력사의 정보를 갖고 있는 팀장급 직원들의 이직을 가로막은 것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지난 1980년부터 후지필름의 필름 및 이미징 관련 제품 등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해왔다. 파인픽스 브랜드의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는 지난 2002년부터 유통을 시작했다.
한국후지필름은 2007년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한창 호황일 때 관련 사업에서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스마트폰 보급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후지필름이 즉석카메라와 현상·인화기기 등의 사업은 그대로 영위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불만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밑에선 국내 유통권을 둘러싸고 일본 본사와 치열한 움직임이 있었다”며 “일본 후지필름의 국내 직접 진출로 한국후지필름의 매출은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FEIK 공식 출범에 따른 회사의 공식 입장은 다음주 중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FEIK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한국 시장의 대응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자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FEIK는 23일 공식 출범 이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브랜드인 파인픽스를 비롯 고급형 디카 라인업인 X 시리즈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유통 대리점을 새롭게 모집해야하는 만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