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저작권 단속 폭풍 불까
최근 한국오라클 대표가 조용히 교체됐습니다. 유원식 사장이 한국 대표 직함을 떼고, 홍유석 법무책임자(시니어 리걸 디렉터)가 한국오라클 대표가 됐습니다.
한국오라클 측에 따르면, 서로 대표 직함만 바뀌었을 뿐 현재 하고 있는 역할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오라클의 지역 수장이 법률가로 바뀐 것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개월 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진행돼 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IT기업의 한국지사는 영업맨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본사와 달리 지사에서는 직접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사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지사장은 대부분 영업맨 중에서 배출돼 왔습니다. 영업을 거치지 않은 지사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라클처럼 법무책임자가 IT기업 한국지사 대표가 된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오라클 전 세계 지사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오라클이 지사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오라클 비즈니스 전략에서 ‘영업’보다 ‘법’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작권을 앞세운 법적 투쟁이 오라클의 주요 전략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의 자바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자바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고슬링은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과정에서 썬이 자바의 특허 상황에 대해 언급하자, 오라클 변호사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국내에는 암묵적으로 오라클 라이선스를 축소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라클의 유지보수요율이 22%로 워낙 높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것보다 적은 규모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카피가 필요하다면 5카피 정도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그냥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업맨들도 이런 행위를 눈감아 주곤 했습니다. 하나도 안 사는 것보다는 일부분이라도 계약하는 것이 낫고, 올해 일단 5카피만 판다 하더라도, 내년에 한 두 카피 추가로 팔 수 있습니다. 영업맨 입장에서는 이런 전략으로 자신에게 할당된 매출을 맞춰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가가 대표가 되면 이런 편법은 용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임 홍유석 대표는 매출 책임이 없습니다. 매출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유원식 사장이 지는 것입니다. 홍 대표는 불법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 같은 입장차이는 대대적인 저작권 검사와 법적 분쟁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보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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