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본인확인제는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켜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 표현까지 규제하는 제도다. 또한 본인확인제는 입법목적 상으로는 정당할 수 있으나 과잉금지원칙(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지켜야할 사항)을 위배하고 있다.”
20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한계’ 학술세미나에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소영 교수<사진 우측>는 본인확인의 강제 규정이 민주주의 실현의 제한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일찍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누가 쓰고, 누가 보는지 알 수 없도록 익명성이 보장된다’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 ‘익명성=인터넷’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이는 인터넷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5 제1항 제2호,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의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 조치 의무 강제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소개했다.
해당 사건의 청구인들은 유튜브, 오마이뉴스, 와이티엔(YTN) 등의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익명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기재해야 했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즉 주된 쟁점은 인터넷 상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는 것.
조 교수는 “익명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용기있는 사람만이 발언할 수 있는 조건을 없애기 위해 나왔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는 논리가 기저에 깔려있다”며 “익명을 기본으로 하되, 자정활동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소영 교수 발제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사진 좌측>는 ‘표현의 자유’가 제3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홍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국가에 의해 침해되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는 많은 문제를 불러왔다. 제3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여기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익명표현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만, 제3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걸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게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그 기본권에 의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기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본권이 충돌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 등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은 좋지만 개개인간의 기본권이 충돌한다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표현의 자유’의 탈을 쓴 욕설, 과도한 비난 등이 신뢰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가는지, 과연 그 게시물을 보호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들이 소위 말하는 악플, 욕설댓글로 귀중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본인확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정작용을 말하는데 과연 자정작용이 제대로 동작할 것인가”라며 “이러한 자정작용이 가능하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일정 수준의 국가권력을 투입해 인터넷통제를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기본권 충돌을 염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작용적인 측면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강제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소셜댓글서비스가 좋은 예가 되겠다. 필요한 사람만 SNS를 통해 소통하도록 만들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자정작용에 대한 현실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은 ‘믿고 있다’로 내리겠다”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주되, 범죄행위에 이를 정도가 된다면 이는 본인확인제로 잡을 것이 아닌 다른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범죄를 미리 막기 위해 국가가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인확인제(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한적본인확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SNS, 블로그 등에서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