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해 ‘제한적 본인확인제(이하 실명제)’적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의 역차별이라는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방통위는 일반인 공개목적의 게시판이 아닌 카페,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SNS는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실명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카페, 블로그 서비스와 SNS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여전히 실명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최성진 사무국장은 “이번 방통위의 발표는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가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으나 기존에 실명제 적용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받는 역차별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점이며,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때도 실명제는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명제는 지난 2006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 나온 법안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웹사이트에 게시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사업자가 실시하는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실명제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언어폭력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타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정도가 심해지자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으나 개인의 표현자유를 억압하고 국내 업체들에게만 적용돼 형평성에 논란이 많았다.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2009년 4월 유튜브를 대상으로 “동영상 올리기와 덧글작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으나, 유튜브는 ‘대한민국’ 서비스에서 동영상 올리기와 덧글작성 기능을 아예 빼버리며 규제에서 벗어났다.
이 때문에 실명제가 아예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국내 SNS들보다 해외 SNS 사용자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인데 우리만 실명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카페, 블로그 등 서비스들이 실명제 규제에서 벗어났으나 포털서비스는 여전히 실명제 적용대상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실명제의 폐지수순을 밟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셜댓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픽플의 윤영상 부대표는 “이번 방통위의 발표는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언론사, 사이트들이 실명제가 필요없는 소셜댓글 서비스를 사용중이기 때문”이라며 “실명제는 이제 의미가 퇴색됐다”고 전했다.
인기협의 최 사무국장은 “실명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 것은 결국 국가에서 해야할 일”이라며 “실명제의 도입취지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분은 분명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133개 사업자 146개 사이트를 실명제 대상 사이트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