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데이터웨어하우징(DW) 업계에 뉴페이스(New face)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기존 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최근 HP는 DW 어플라이언스 ‘버티카’를 인수해 DW 시장 진입을 선언했으며, SAP도 30일 SAP HANA 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공식 출시했다.
이에 따라 테라데이타를 중심으로 한 전통의 강자와 오라클 등 신흥세력이 격돌하고 있는 DW 시장이 격변기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신무기 장착한 뉴페이스들 = HP와 SAP는 DW 시장에 진출하며 각각 비장의 무기 하나씩을 들고 나왔다. HP는 ‘컬럼(Column)기반 아키텍처’를 내세웠고, SAP는 ‘인메모리 컴퓨팅’의 기치를 올렸다.
HP 버티카의 컬럼 기반 아키텍처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전체를 읽지 않고 열(column) 별로 읽는 기법이다.
오라클 DB 등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데이터를 ‘행(ROW)’으로 읽는다. 이 때문에 성별이나 주소만을 따로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별을 알기 위해서는 이름, 나이, 성별, 주소 등이 다른 데이터까지 읽어야 한다.
반면 버티카는 열 별로 데이터를 읽기 때문에 성별이나 주소 등을 따로 읽을 수 있다. 덕분에 입출력(I/O) 데이터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트랜잭션 처리가 아닌 분석만을 위해 개발된 DB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오라클 DB는 트랜잭션 처리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열’ 별로 읽는 아키텍처로 구성할 수 없다.
SAP HANA의 특징은 자기디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HANA의 저장공간은 모두 메모리다. 일부 DW 어플라이언스 솔루션들이 성능 향상을 위해 캐시(임시저장)용으로 메모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모든 저장공간을 메모리로 만든 것은 HANA가 처음이다. 덕분에 처리속도가 대폭 향상됐다.
흥미로운 점은 SAP HANA의 핵심인 ‘인메모리 기술’이 한국산이라는 점이다. SAP는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 연구를 통해 지난 2008년 서울대 차상균 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의 실험실 벤처 기업인 ‘티아이엠 시스템’을 인수한 바 있다.
SAP는 이와 함께 한국에 R&D센터를 설립, 차상균 교수 연구팀과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연구해 왔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HANA’다.
◆격변의 DW 시장…타도 오라클 한 목소리 = 현재 국내 DW 시장은 전통의 강자 사이베이스, 테라데이타 이외에 오라클, IBM, EMC 등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테라데이타의 경우 KT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 DW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명성을 되찾았다. 사이베이스는 어플라이언스 열풍 때문에 다소 주춤하지만, 최근 SAP에 인수되면서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IBM은 네티자를 인수해 경쟁력을 배가시켰으며, EMC도 그린플럼 인수로 DW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최근에는 오라클의 기세가 무섭다. 오라클은 최근 최대 규모의 DW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신한카드 프로젝트에 솔루션 공급자로 선정되면서 주가를 올렸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합병 이후 개발한 엑사데이터2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오라클의 입지는 점점 강화됐다. 오라클이 엑사데이타를 출시한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오라클은 지금까지 고객사가 전 세계 1000개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미 정착된 경쟁 구도 아래, 신규 업체인 HP와 SAP가 비집고 틀어갈 틈새는 많지 않아 보인다.
HP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W 사업을 유닉스 사업부인 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BCS)가 맡았다. 버티카에 도입된 하드웨어는 X86기반임에도 유닉스 사업부가 영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단순 DW 솔루션 경쟁이 아닌 프로젝트 전체의 시스템 공급경쟁구도로 만들어 오라클, IBM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HP BCS 전인호 부사장은 “버티카는 싸구려 썬 x86서버에 기존에 있던 DB를 붙인 제품(오라클 엑사데이타를 칭함)과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SAP의 경우 기존의 ERP 및 비즈니스인텔리전스 고객 기반이 장점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HANA를 소개할 경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이먼 데일 SAP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부사장은 “최근 오라클이 과거 기술을 포장해 DW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SAP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ANA의 목적은 비즈니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보다 빨리 데이터에 접속할 해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HANA”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