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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게임산업의 위기, 한국은 되풀이 말아야”

이대호 기자

- 일본 캡콤 이나후네 전 개발총괄 상무 “현재 위치에 안주하면 산업 쇠퇴해”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수년전부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본 게임산업에 위기론이 대두됐다. 캡콤에서 록맨 시리즈와 바이오하자드2, 데드라이징 시리즈 등 유명 게임의 개발을 총괄했던 이나후네 케이지 콤셉트 대표<사진>가 그러한 인물 중 한명이다.

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일본이 갈라파고스섬처럼 고립돼 자기들 방식만 고수했던 것이 패인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년 전 콘솔게임으로 세계를 재패한 일본은 지금 온라인게임 등 변화의 물결을 쫒아가기 바쁘다.

이나후네 케이지 콤셉트 대표는 31일 넥슨이 주최한 개발자 컨퍼런스(NDC2011)를 통해 “일본 게임업계의 위기를 몇 년 동안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캡콤도 위기를 맞이해 도전정신을 고취시키지 않으면 쇠퇴할 것이라 말했으나 아무도 동조를 해주지 않았다”고 일본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에 왔는데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눈빛이 다르구나 느꼈다”며 “일본에 돌아가서 한국이 추월당한 순간부터 쫒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아나후네 대표는 당시 생각이 지금에 와서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게임시장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콘솔게임이 온라인게임보다 규모에서 우위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콘솔게임이 세계를 재패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본 게임업체들의 오만은 자국 게임산업의 쇠퇴를 불러왔다.

이나후네 대표는 “한국이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 중국이 10년 전 한국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 그가 중국의 미술대학에 강연을 했을 때의 일이다. 중국 학생들은 몸을 앞으로 내밀어 강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강연이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이나후네 대표는 “중국에서 10년 전 한국의 인상을 받고 있다”며 “중국에서 게임CG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강연했는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온라인게임 경우는 세계 제일의 제작능력과 서비스 능력이 있다”며 “한국이 톱 자리를 유지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일본이 콘솔게임에서 10년전 정상자리를 유지할 때 오만했다. 지금 방심한 상태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이나후네 대표는 해외 개발사와 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하고 있는 것을 독식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셜게임이 시장에 급작스레 대두한 것처럼 기존의 시장 구도가 붕괴할 경우 업체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는 “데드라이징 1편을 일본에서 만들고 2편을 캐나다와 협업해서 만들었는데 그 이상 히트했다”며 “이처럼 여러 나라의 힘을 빌리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나후네 대표는 “국내 게임업체가 도전정신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회사가 비대해 질수록 도전을 기피하고 히트게임에 올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일 하기 전에 이미 무리라고 생각해 의욕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에는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일을 하다가 막상 불가능하게 됐을 때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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