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정부 및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요금인하는 통신사들의 향후 투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6일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업계의 투자의지, 또한 컨버전스 시대의 통신사 역할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 없으면 고도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최근 융합시대에서 통신사가 전체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요금인하로 투자의지가 꺾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달 26일 제주도와의 모바일 원더랜드 구축 협약식에서도 기자들의 요금인하 질문에 “무조건 가격을 내리는 것은 경제발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럴거면 차라리 국가가 망을 운영하라”고 방통위에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날 수위는 다소 약해졌지만 부정적인 입장은 그대로였다.
그는 “(통신사들의 향후 투자계획에) 국민이 다 싫다고 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겠지만 포부도 접어야 하고 꿈도 줄여야 한다”며 “새로운 서비스와 기회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역사적 갈림길에 있는 만큼 통신요금 인하는 그러한 전제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SK텔레콤이 기본료 및 가입비를 인하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대한민국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남이 내린다고 우리도 같이 내려야 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 역시 기본료 인하와 관련해 “기본료는 미래 투자를 감안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경제 측면에서 어느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 사장은 “이제는 과거처럼 일반적인 통신망에만 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클라우드, 앱, 생태계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데 통신사가 창의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기업고객부문 사장도 거들었다.
이 사장은 “무선은 기술이 발전해도 스케일이 좁기 때문에 투자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다른 비통신영역을 어떻게 키워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KT 경영진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드러냈다.
이석채 회장은 “네트워크는 수돗물, 전력처럼 유한한 자원”이라며 “어떤 사람이 수돗물을 마음놓고 사용하면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남에게는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는 만큼, 그러한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