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지진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KT는 흥미로운 보도자료를 냈다. KT와 일본 소프트뱅크텔레콤이 일본 정부의 ‘전력사용 제한령’ 시행에 따라 제한적인 전산시스템 가동을 지원하기 위해 양사가 손잡고 일본기업 고객 대상으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사업분야에서 공동 협력방안을 찾는 ‘특별지원 프로젝트(Special Support Project)’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특별 지원 프로젝트’는 한-일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해 KT가 소프트뱅크텔레콤측에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관련 인프라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소프트뱅크 텔레콤측은 KT의 지원을 바탕으로 일본 내 기업들에게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사간 협력 프로젝트다.
이번 양사의 협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일본 정부의 전력사용 제한조치를 이해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현재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전력의 25%를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데이터 센터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제시하는 절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데이터센터는 가동을 일부 중지하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일본 IT매체들에 따르면 금융 및 소매 등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뒷받침 하고 있는 데이터 센터의 가동이 멈추면, 일본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일본 지진사태로 인해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수가 많아질 것이라는데 있다.
현재 일본 IT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BCP(비즈니스영속성프로세스)라고 한다. 지진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버 등에 타격을 입어 정보를 유실한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지진으로 인해 회사로 정상출근하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아 이들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서 모바일 오피스 등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환경에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IDC 저팬에 따르면 가상화 기반 클라이언트 PC 시장 수요가 2012년 이후에는 비즈니스 연속성 및 재해 대책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69.6 %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당장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사용 제한이 당분간 계속된다면 일본의 데이터센터들은 서비스 품질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텔레콤은 KT와 협력을 맺고 무중단 무정지로 운영되는 한국의 데이터센터와 협력을 맺어 안정적으로 일본 내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광케이블로 연결돼있는 데이터 전달 속도가 일본 내부에서 이용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어쨌든 이번 KT와 소프트뱅크텔레콤의 협력을 시작으로 국내 데이터센터의 일본 시장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IT서비스업체들은 물론 기존 데이터센터(IDC) 업체들도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반신반의 하면서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센터의 해외 진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운영에 대한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KT는 데이터센터 정전으로 인해 일부 고객에 대한 멀티미디어메시지(MMS) 전송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일본이 지진으로 인한 정전 및 전력사용 차질을 이유로 한국의 데이터센터 이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데이터 센터 정전사고가 어떨게 비춰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