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귀신이 곡할 노릇”…답답한 농협의 답변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농협 전산장애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나면서 카드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장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14일 농협은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사과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원병 회장은 “농협 중앙회에 상주 근무하던 협력사의 노트북 PC를 경유해 각 시스템을 연계해주는 중계서버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됐기 때문”이라며 이미 다 알려진 전산장애의 원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기자들은 농협의‘수박 겉핥기 식’ 발표가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농협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해킹인지 내부자소행인지 ▲어떻게 협력업체의 노트북에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됐는지에 대한 상세한 장애원인에 대해서는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현재 분석중이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특히 농협 고객들의 피해보상 대책이나 전산원장의 손실여부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두 번, 세 번 질문을 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최 회장은 “우리가 실수한 부분이므로 고객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보상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기자들이 상세한 피해보상 대책발표를 요구하자 농협 금융기획을 담당하는 신민석 상무가 급하게 등장해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들이 대출금 이자가 늘거나, 관리비, 공과금 미납 등의 피해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연체료, 수수료는 전액 보상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농협 고객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피해보상’인 만큼 이에 대한 답변을 대국민사과문에 넣어 발표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이번 사태가 보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일인 만큼 사건이 시작된 ‘노트북’에 관한 질문도 쏟아졌다.
그러나 농협측은 ▲해당 장애가 발생할 당시의 상황 ▲해당 노트북이 농협 전산인증을 받았는지의 여부 ▲협력업체 직원의 시스템 접근 권한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역시도 “수사가 종료되면 발표하겠다”,“조사중이다”라는 답변에 그쳤다.
농협측은 언론이 원할 경우 15일에도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음 기회에 는 농협이 사건 원인 규명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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