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22일(현지시각)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Samsung Mobile Unpacked)’을 통해 새로운 태블릿 PC ‘갤럭시탭 8.9’를 공개했다.
태블릿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1GHz 듀얼코어 AP를 탑재했다.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태블릿 ‘갤럭시탭 10.1’에는 엔비디아의 1GHz 듀얼코어 AP를 사용했다.
◆듀얼코어 AP, 생산량 비해 사용처 급증=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기기에 반도체사업부에서 개발한 AP를 우선 탑재하고 있다. 휴대폰은 대부분 자체 AP로 바꿨다. 작년에 발표한 ‘갤럭시탭’에도 자체 AP가 들어갔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 역시 자체 1GHz 듀얼코어 AP를 활용했다. 반도체사업부는 모바일 AP를 육성하기 위해 ‘엑시노스’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태블릿 전략 제품에 엔비디아와 TI 등의 AP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듀얼코어 AP는 AP의 핵심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코어가 2개인 제품이다. 코어가 2개기 때문에 1개일 때보다 처리 속도가 1.5배 이상 빠르다. 올해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의 주력 AP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듀얼코어 AP를 원하는 제조사는 많지만 AP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부족하다. 현재 엔비디아와 TI가 듀얼코어 AP를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달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퀄컴은 아직 준비 중이다.
◆태블릿 시장 안개 속…탄력 대응 필요성 증가=삼성전자는 올해 다양한 크기의 태블릿을 시판할 계획이다. 아직 태블릿 시장은 어떤 크기가 주도할지 안개 속이다. 어떤 제품이 대량 판매로 이어질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태블릿 공급을 위해 AP 업체를 다변화 해 탄력 대응 능력을 키운 셈이다.
사실 제조사 입장에서는 AP를 다변화 하면 설계 인력 증가 등 개발비가 늘어난다. 물량도 분산돼 가격 협상에도 불리하다. 각기 다른 회사와 협력을 해야 해 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위험 때문에 어느 한 AP에 집중했다가 차질이 빚어지면 힘도 써보지 못하고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제품 특성에 맞는 AP를 선택한 것”이라며 “태블릿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AP 공급선도 다변화 된 것”이라고 설명해 태블릿 시장 탄력 대응을 위한 선택임을 내비췄다.
◆AMOLED 부족으로 갤럭시S 생산 차질 ‘반면교사’=또 올해 공개된 태블릿에 자체 AP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갤럭시S2’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AMOLED)를 주력 디스플레이로 사용한 ‘갤럭시S’로 스마트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하지만 AMOLED 공급 부족으로 막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AMOLED를 다른 회사에 공급하기보다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의 특장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듀얼코어 AP 역시 마찬가지 차원에서의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갤럭시S2가 갤럭시S 정도의 판매고만 올려도 AP는 1000만개 이상이 필요하다. 생산능력과 수율 등을 고려하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듀얼코어 AP의 양산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화 기간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6000만대, 태블릿 750만대를 판매 목표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듀얼코어 AP의 양산은 계획대로 이달부터 시작했다”라며 “AP 선택은 전적으로 세트 사업 쪽에서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