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피라미드’라고 불리며 일종의 사기행위로 인식되는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 마케팅)’은 원래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제품의 성능 및 효과를 직접 체험한 소비자가 친구나 지인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기법을 말한다.
내 친구가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인맥관계를 통해 입소문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광고∙마케팅∙영업 비용을 안 써도 된다. 이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일 수 있다. 즉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싸게 사자”는 것이 네트워크 마케팅의 가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이런 본질적 가치는 무시됐다.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직접 경험한 소비자가 친구나 지인에게 소개한다는 원칙은 사라졌고, 그저 사람을 끌어 모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동원해 머릿수만 채우기에 바빴고, 결국 네트워크 마케팅은 곧 사기행위로 간주됐다.
최근 전자상거래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소셜 커머스’는 사실 온라인판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소셜 커머스’는 일정 수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면 제품(서비스)의 가격을 대폭 할인해 주는 것을 전자상거래 기법을 말한다. 과거에도 ‘공동구매’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접근이 있었지만, 최근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붐과 맞물려 소셜 커머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겼다.
소셜 커머스가 공동구매와 다른 것은 일정 수 이상을 사람을 모을 때 광고나 영업 없이 소셜 네트워크 내의 입소문에 의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제품)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광고∙마케팅 없이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비스(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즉 소셜커머스에서의 ‘소셜’은 가격을 낮추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소셜커머스에서는 ‘소셜’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소셜머커스에는 온라인상의 인맥과 입소문이라는 본질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포털 광고다. 최근 유명한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대신 대형 포털에 배너광고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택했다. 지난 해 연말부터 네이버 등 포털 업체의 주요 광고주로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경쟁이 심해지고,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려면 거금을 들이더라도 대형 포털에 광고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그러나 이는 ‘소셜네트워크에 기반한 입소문’이라는 소셜 커머스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네트워크 마케팅도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유통 기법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용경험을 토대로 한 자발적 소개’라는 본질을 외면하면서 사기행위로 변질돼 갔다.
소셜 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소셜 네트워크를 외면한 채 사람 모으기에만 급급하면 네트워크 마케팅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머릿수를 채우면 돈을 번다’는 것은 네트워크 마케팅이나 소셜 커머스나 똑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