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와 스마트뱅킹, 그 난해한 연관성
가냘프지만 우아한 곡선, 철옹성같은 구조물로 새 한마리가 처연하게 돌격합니다. 그리고 두 마리, 세 마리... 결국 예상치 못했던 급소를 맞고 구조물은 순식간에 허물어집니다.
답답한 현실 때문일까요?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작은 힘이었지만 결국 ‘거대한 무엇’을 쓰려뜨렸다는 쾌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게임중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앵그리버드’입니다.
핀란드의 로비오(ROVIO)가 1년전에 개발한 이 게임은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여러 기관에서 ‘올해의 앱’으로도 선정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수백만명의‘앵그리 버드’이용자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쯤되면 '앵그리 버드’를 비즈니스에 활용해보려는 기업들도 당연히 생깁니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회사들도‘앵그리 버드’와 같은 게임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게임을 금융서비스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솔직히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더욱 ‘모바일 중심의 생활’로 진화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모든 가능성은 열어둬야겠죠.
이런 맥락에서, 스마트뱅킹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하나은행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하나은행은 지난 2009년 12월,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뱅킹(아이폰 기반)을 서비스한 은행인 만큼 ‘스마트 뱅킹’에 남다른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국내 금융권의 스마트폰뱅킹 경쟁이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경쟁이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각종 스마트폰 OS(운영체제)에 대응하기위한 뱅킹플랫폼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이는 시차의 문제일뿐 더 이상 차별화의 도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결론이죠.
따라서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경쟁, 즉 ‘스마트뱅킹 시장에서 콘텐츠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게 하나은행측의 생각입니다. "사실상 스마트뱅킹의 본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한준성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본부장의 견해를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한 본부장은 매우 시적(詩的)으로 상황을 표현하더군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커다란 웨이브(파도)가 생겼다. 이젠 누가 이 파도에 안전하게 올라타느냐, 이게 숙제다.”
그렇지만 한 본부장은 하나은행이 스마트뱅킹의 강력한 차별화를 위해 올해 어떠한 콘텐츠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 즉 파도타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물론 그는 “작년에 (스마트폰 뱅킹과 관련)많은 정보들이 시장에 나갔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겠다”고만 했습니다.
물론 하나은행의 올해 스마트뱅킹 콘텐츠 전략을 세부적으로 안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금융회사들이 각자의 고객 성향과 분포,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등을 고려한 고유한 콘텐츠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죠.
경쟁 은행들이 하나은행의 전략을 살짝 엿본다고해도 ‘콘테츠 경쟁’의 시대에서는 그것이 온전히 자기것은 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의 무엇을 스스로 찾아야하는 시기가 온 것이죠.
한 본부장도 “거대한 파도에 어떻게 올라타야하는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게 정답입니다.‘정답이 없는게 정답’이라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다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하나은행이 스마트뱅킹 콘텐츠의 확보와 관련,‘일상점유율’이란 컨셉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일상에서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기기에 어느 정도 의존적인가 하는 것부터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모바일 시대에서의 고객의 행태분석을 하다보면, 고객의 일상에서 ‘금융서비스’와 접목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죠. 몇해전 SK텔레콤의 광고 컨셉이었던‘생활의 중심’의 컨셉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게임, 부동산 정보, 쇼핑몰, 주식, 뉴스 검색, 동영상(TV), 유튜브 검색 등. 사실 스마트폰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들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왔다고 해서 고객들이 갑자기 하지않았던 예적금을 들고, 자동차 보험을 비교분석하고, 펀드를 들고, 대출을 받지는 않습니다.
결국 냉철한 현실 인식아래 금융회사들도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삶을 읽어내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꼭 스마트뱅킹이라고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억지로 손바닥위로 끌어다 놓을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정작 금융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따로 있지 않을까요?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시대, 소호(SOHO) 사업자들에게 필요한 금융정보는 무엇일까.
경제적 능력 때문에 결혼을 늦춘 30대 미혼 남녀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자녀들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는 40대 가장들에게 은행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령화시대, 안락한 노후를 기대하는 50대에게 금융회사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그래서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앵그리 버드’ 게임도 금융회사에게는 중요한 마케팅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로 귀결됩니다.
물론 이것도 ‘매직 아이’처럼 회사의 차별화된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누구에게는 손쉽게 보일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보였다 안보였다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아예 안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뱅킹’, 시간이 지날수록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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