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쯔와 한국오라클이 공동 판매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스팍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두고 최근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유는 후지쯔와 오라클 본사가 스팍 엔터프라이즈의 한국 내 공급권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 본사가 협상하고 있는 내용인 즉슨, 현재 양사가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를 앞으로는 한국오라클에서만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내용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된 상황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 때문에 (유닉스 서버 사업과 관련된) 한국후지쯔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오라클에 인수되기 전)와 후지쯔는 IBM과 HP가 양분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07년 4월, 유닉스 서버인 APL(Advanced Product Line) 서버를 공동 출시하게 됐고, 한국 역시 대대적인 출시를 발표하게 됩니다.
약 3년 만의 공동 개발 끝에 출시한 이 제품은 각 국가별로 1개 업체만 판매권을 갖게 했지만 유독 한국과 중국에서는 양사가 같이 영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는 일본 내 인지도가 높은 후지쯔가, 미국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이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한국은 썬과 후지쯔 모두가 제품 판매권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같은 상황 때문에, 출시 당시 한국썬과 한국후지쯔는 국내 런칭 시점부터 신경전을 벌리는 등 동일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썬의 하드웨어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당연히 기존 후지쯔와의 협력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닉스 서버인 ‘스팍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향방 또한 묘연해졌었죠.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오라클 오픈월드 2010’ 행사에서 후지쯔는 오라클의 프리미엄 파트너로 화려하 게 등장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발표했습니다.(오라클은 이날 행사에서 16코어 서버 프로세서인 스팍 T3 및 이 프로세서가 탑재된 시스템을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후지쯔와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었죠)
문제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양사가 공동 판매했던 이 제품을 한 업체에서만 판매하게 될 것이고, 그 업체는 바로 오라클이 될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과연 이를 한국오라클에서 유닉스 서버를 단일 판매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물론 현재까지 ‘스팍 엔터프라이즈’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한국후지쯔보다는 한국오라클(썬)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았습니다.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통상 3~4% 정도 났었고, 그나마 썬이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면서 오히려 후지쯔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기도 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닉스 서버 사업의 주체는 더 이상 썬이 아닌 오라클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고객들의 입장에서 한국오라클은 악명 높은(?) 유지보수율로 유명한 업체입니다. 오라클은 썬을 인수한 이후에도, 기존 썬의 하드웨어 고객들에 대해 새로운 하드웨어 유지보수 가격 정책을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앞서 한국오라클은 지난 3월, 인수한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서버 및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사업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직접 진행키로 하면서 시스템 및 운영체제를 위한 유지보수요율을 하드웨어 구입가격의 8~12%로 책정한다고 밝혔었죠.
이에 따라 앞으로 오라클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고객은 이 같은 유지보수 서비스를 반드시 구매해야 하며, 구매하지 않을 경우 업데이트, 패치, 보안 경고, 설정, 설치 지원 등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유닉스 서버를 사용 중이었던 금융권 고객 중 일부는 제품 라인업이 동일한 후지쯔 서버로 교체하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한국썬과 한국오라클은 최근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물리적인 조직 통합은 완료했지만, 여전히 법인 통합이 지연되고 있어, 총판 및 관계사들의 입지가 불분명한 것도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입니다.
비록 오라클은 기업 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통합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조직은 여전히 약해보입니다.
오히려 금융권이나 공공부문에서는 한국후지쯔의 인지도가 더 높았고, 실제 후지쯔는 많은 금융 및 공공산업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요.
이같은 측면에서 봤을때 한국오라클보다는 한국후지쯔가 국내에서 유닉스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양사의 협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본사에서 이러한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본사의 결정을 통해 적지 않은 업체들의 사업 향배가 결정되는 만큼,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