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시즌... 기부천사(?)로 변신하는 게임업계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최근 게임사들이 사회공헌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를 흐려서는 안 되겠지만, 시기가 미묘하게 국정감사와 맞물립니다. 특히 고스톱이나 포커 등 사행성 표적이 되는 게임포털을 가진 대형사들은 이 시기에 민감해집니다.
여기에 해외도피 중인 연예인 신정환이 이러한 분위기를 더 부추겼습니다. 도박이란 단어가 연일 세간에 오르내리면 아무래도 웹보드게임을 다루는 업체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게임과 넷마블이 1억원 규모로 사회공헌 사업을 벌였습니다. 이용자가 특정 게임을 하면 업체가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입니다. 첫 날에 목표액의 절반인 5000만원을 넘겼습니다. 진작 왜 이렇게 안했나 싶을 정도로 반응이 상당합니다.
게임업계에서는 1억원이면 아주 큰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업계 1, 2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2009년 사회공헌에 각각 5억원을 쓴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나들고 수천억의 매출을 올리는 규모의 업체의 사회공헌이라고 하기엔 낯 뜨거운 수준입니다.
CJ인터넷의 2009년 사회공헌 금액은 10억 원대입니다. CJ그룹의 계열사라서 그럴까요? 태생이 전문 게임사인 타 업체보다는 씀씀이가 큰 셈입니다. 업계 사회공헌 1위인 CJ인터넷 측도 게임사들이 사회공헌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국내 게임사의 사회공헌 씀씀이를 우습게도 한 방에 보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스타2 론칭을 앞둔 블리자드가 장학재단에 6억원을 쾌척한 사건이죠. 그 이전의 블리자드는 사회공헌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물론 장학금이란 좋은 취지를 퇴색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너무 눈에 띄는(?) 액션이랄까요?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업종의 사회공헌은 마케팅의 일환이거나 브랜드 홍보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리고 사행성 등으로 사회적으로 타겟이 되는 업체가 몇 개 되지 않다보니, 나머지 99%의 업체들은 사회공헌의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의 사회공헌은 기업 이미지 제고가 주목적입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이나 청년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임업체가 굳이 사회 전체에 이미지 제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동안 게임업계가 사회공헌에 신경을 안 썼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급작스런 이벤트형식의 사회공헌이 많다보니 사회에 전달력도 약하고 좋지 못한 인상을 전해주는 것이 지금 업계의 현실”이라며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8월에는 제2기 게임문화재단이 출범했습니다. 건전 게임문화 확립을 목표로 주요 게임사들이 9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만든 재단입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댑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총 90억원의 기금 중 3억원이 넘는 돈이 신임 이사장에게 배정됐다는 겁니다. 이에 한창민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아직 예산책정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판공비를 포함 차량유지비 등 여타 비용을 합쳐도 3억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에 게임문화재단이 올바로 갈 수 있을까에 의구심도 듭니다. 아직 문화재단의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게임사가 재단에 사회공헌 사업을 건의하면 90억원 기금 중에 그 업체가 출연한 기금의 일부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쓰이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큰 그림을 위해 쓰여야 할 기금이 한 게임사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나가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재단에 따르면 10월중에 로드맵이 나오고 예산책정이 완료된다고 하니, 향후 지켜볼 일입니다.
2010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9년 온라인 게임산업 규모는 3조7087억원입니다. 2010년 4조7471억원, 2011년 5조6995억원으로 성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성장률도 매년 20%를 넘어 초고속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 1조원 게임사도 가시화된 지금, 게임업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같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때마침 지난 19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이 국제표준화기구(ISO) 77개 개발참여국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93%의 찬성을 얻어 국제표준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은 조직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지역사회 등 7개 핵심과제에 대한 실행지침을 규정한 것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첫 국제표준입니다.
오는 11월이면 최종 편집을 거쳐 ‘ISO 26000 사회적 책임 가이던스’가 발간됩니다. 이제 표준이 생기면, 게임업계의 자화상도 확실히 볼 수 있겠군요.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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