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KT, ‘TB끼리~’ 방통위․공정위에 신고 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TB끼리 온가족 무료’상품을 놓고 KT와 SK텔레콤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TB끼리~’는 최근 SK텔레콤이 출시한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가족간 이동전화 결합 회선수에 따라 유선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얘기해서 유선이 무료는 아니고 유선과 무선의 각각 할인율이 나눠지는데 합산하면 유선상품이 100% 무료가 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KT, 유무선 할인율 제대로 고지해야…점점 무료는 공짜? 할인?=KT와 SK텔레콤간의 갈등은 바로 여기서 나타나고 있다. KT는 T(SKT 이동전화)가 뭉치면 B(SKB 유선상품)가 무료라는 광고를 문제삼고 있다.
이 같은 광고는 방통위의 ‘이용약관 인가조건 위반’일 뿐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인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라는 주장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라는 죄목도 추가됐다. KT는 지난 20일에는 방통위에, 24일에는 공정위에 이 같은 이유로 신고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KT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응할 생각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약관내용 표시는 물론, 광고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SK텔레콤의 광고를 살펴보면 ‘T끼리 뭉칠수록 B는 점점 더 무료해집니다’라는 멘트에 이어 ‘B집전화 B인터넷 T끼리 뭉칠수록 점점 무료’라는 자막이 나온다. 자막 밑에는 조그만 글자로 약관의 요약 내용이 나오며 여기에는 ‘기본료 상당 제공’이라는 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점점 더 무료해진다’라는 문구를 ‘공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할인율’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약간 헷갈릴 수 있지만 ‘공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늬앙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점점’이라는 단어가 ‘공짜’라는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인가조건을 지키기 위한 SKT의 고심이 역력해 보이는 부분이다.
◆방통위, 일단은 지켜봐야=이 상품을 인가한 방통위는 이번 논란에 대해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출시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품을 놓고 약관 위반, 이용자 이익저해 등을 법적으로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방통위는 법이 허용하는 가능 범위내에서 약관심사를 한 만큼, 상품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앞으로 특정 이용자에게 요금을 더 할인해주거나 경품을 끼워 팔 경우에는 이용자 차별건에 해당하지만 KT가 주장하는 정보의 부정확한 제공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별 상품들이 묶이는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가격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엄밀하게 특정 상품을 꼬집어 공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한 약관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여튼 종합해보면 방통위는 사후규제를 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KT 다소 무리한 승부수 왜?=다소 무리해 보일 수 있는 KT의 방통위 및 공정위 신고는 SKT의 ‘T끼리 B끼리~’가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SKT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을때도 KT는 사장이 나서 강도높게 비판했지만 불과 한달도 안돼 결국은 거의 똑같은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다만 이번 건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여진다. 유선은 KT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무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SKT라면 유선 강자는 KT이다. 때문에 KT는 SKT처럼 유선 상품을 공짜로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인터넷전화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지금도 PSTN 기반의 유선 집전화 시장을 사수하려는 KT의 행보를 보면 지극히 당연한 전략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방통위, 공정위 신고는 최대한 SK텔레콤의 무료? 마케팅을 막아 자사 유선시장 잠식을 방어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KT, 기대효과 거둘까 역풍맞을까=하지만 방통위, 공정위 신고를 통해 KT가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방통위 신고 건의 경우 일단,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를 입증하는데 조사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현재 진행되는 SKT의 마케팅이 집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을 공짜로 준다는 내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통위는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최대한 고려해 인가를 내줬고, 특별히 광고를 부풀려 광고하고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방통위 신고보다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에 대해 공정위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의 문제가 남아있고, 같은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위와 방통위가 충돌할 수 있다는 부담이 남아있기 때문에 KT가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신고 건으로 KT가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소비자 이익 측면에서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슈를 발생시켜 오히려 “SKT의 결합상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신고가 접수된 만큼, 앞으로 방통위나 공정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와 유선시장 잠식을 방어하기 위해 KT가 추가적으로 어떠한 전략과 상품을 선보일지 관심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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