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CES 참가, 공식 활동 본격 재개…경쟁사 동향 직접 체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0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홍라희 여사는 물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딸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온 가족이 함께 했다. 이건희 전 회장 일가가 공식행사에 모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현지시각)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CES 2010’에 참석해 삼성전자 부스를 비롯 LG전자 소니 하이얼 등 한국 일본 중국 등 경쟁사의 부스를 직접 돌아보며 3D TV 등 주요 제품 트렌드를 직접 점검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윤부근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 등 임원진도 이 전 회장을 수행했다.

이 전 회장은 “일본의 큰 전자회사 10개보다 삼성전자가 낸 이익이 더 많은데, 얼마나 큰 부담입니까”라며 “일본업체가 두렵지는 않지만, 신경은 써야 합니다”고 역설했다.

또 “삼성의 신수종사업 준비는 아직 턱도 없습니다”라며 “10년전만 해도 삼성이 지금의 5분의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됩니다”라고 현실에 안주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이 공식자리에 참석해 입을 연 것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래 1년8개월여만이다.

그는 현장에서 수행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윤부근 사장에게 주요 제품들의 보완할 점 등을 일일이 지시하는 등 삼성전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복귀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멀었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회장은 2010년형 삼성전자의 LED TV 신제품 디자인을 살펴보며 “삼성 LED TV의 금속으로 테두리가 돼 있으니 어린이들에게 위험하지 않겠냐”라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부근 사장은 TV 뒷부분을 보여주며 “(테두리와 뒷면을)둥글게 처리해 다칠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윤 사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최지성 사장도 LED TV 두께를 이렇게 얇게 했다고 말하자 “일본업체들이 곧 따라오겠지”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행사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전자책에 실제 글씨를 써보며 관심을 표명했다.

프린터와 개인용 프로젝터의 경우 “(프린터는) 작고 가볍고 성능이 좋아야지 하나라도 빠지면 경쟁력이 삐끗할 수 있다”라며 “(개인용 프로젝터) 두께를 5분의 1 이하로 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부스에서는 3D TV를 체험하고 3D TV의 안경의 편의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소니 3D TV 용 안경을 써본 후 안경다리를 만지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라며 자신의 안경을 최지성 사장에게 건넨 후 “이것과 비교해 보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라스베이거스 일정이 끝난 뒤 이달 중순까지 해외에 머물며 올림픽 유치 활동을 계속한 뒤 잠시 귀국했다가 내달 6일 열리는 IOC 총회 참석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해 2월말까지 해외에 체류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