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중복제거솔루션이 뭐길래?” 데이터도메인 인수戰 점입가경
-VTL 중복제거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 기대
중복제거솔루션 전문업체인 데이터도메인을 둘러싼 EMC와 넷앱, 두 스토리지 업체 간의 치열한 인수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넷앱은 15일(현지시간) 데이터도메인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EMC의 모든 발행주식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넷앱과의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로써 사실상 데이터도메인은 넷앱에 인수되는 것으로 일단락 되겠거니 했더니, 이번엔 데이터도메인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넷앱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과연 공정한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주주들은 로펌인 리비&코신스키(Levi & Korsinsky)를 통해 EMC가 제시한 인수조건이 넷앱보다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차기 넷앱 CEO로 데이터도메인 슬룻맨 CEO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소문 등과 관련, 넷앱 측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법적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인수합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대체 이들 업체는 왜 이렇게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세계 최대 스토리지 업체라는 EMC는 뭐가 아쉬워서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걸까?
그 중심에는 바로 ‘중복제거솔루션’이라는 기술이 있다.
중복제거솔루션은 말 그대로 중복되는 동일한 데이터를 제거해 저장 용량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복제거기술? 백업 및 중복제거 동시에 수행되는 솔루션=현재 데이터도메인은 CPU/메모리 중심의 SISL(Streamed Informed Segment Layout)이라는 기술을 적용, 백업과 동시에 데이터 중복 제거 및 원격지 복제가 수행되는 인라인 방식의 중복 제거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도메인 측에 따르면 이 방식은 데이터가 중복제거장치로 들어올 때 메모리나 CPU 상에서 중복제거를 처리 및 저장하게 돼 저장시간이 빠르고, 디스크 용량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데이터도메인이 확보한 국내 고객사만 해도 기업은행과 SK텔레콤, KTF, 부산대학교, 한전KDN, 서울시데이터센터, 종로구청 등 다양한 산업군에 포진돼 있다.
데이터도메인의 중복제거는 현재 VTL(가상 테이프 라이브러리)에만 적용되지만, 향후 아카이빙 및 프라이머리 스토리지(실제 라이브로 서비스되고 있는 제품) 시장에도 직접 진출해 관련 기술 혹은 제품 출시계획도 갖고 있었다.
또 히다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F5, 시만텍 등의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비용 최적화 스토리지(COS)’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한편 VTL은 가상화 기술을 통해 디스크를 마치 테이프처럼 인식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디스크를 분할해 테이프 라이브러리처럼 사용할 수 있어 데이터 복구 및 백업 속도가 테이프보다 빠른 것이 특징이다. 국내의 경우도 VTL을 통한 디스크 백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2008년 기준 214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기술 통합시 시너지 기대=넷앱과 EMC 모두 중복제거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나, 방식과 적용대상이 다 제각각 달라 양사 모두 데이터도메인을 인수할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넷앱은 백업부터 프라이머리 스토리지 제품까지 적용되는 중복제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VTL에 적용되는 넷앱의 중복제거 솔루션은 데이터도메인과는 달리 백업 후 중복제거가 되는 ‘포스트 프로세싱 방식’으로 시간이 다소 걸리는 점이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한국넷앱 관계자에 따르면 데이터도메인의 중복제거는 엔트리급 VTL에 적용됐을 시 최적의 성능을 내며, 넷앱의 중복제거는 미드레인지에서 하이엔드급 VTL에 적용되고 있다.
즉, 데이터도메인을 인수하면 엔트리부터 하이엔드까지 전 VTL 라인에 중복제거를 적용할 수 있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EMC 역시 ‘소스’ 기반(소프트웨어) 중복제거 솔루션인 ‘아바마(Avamar)’가 있지만, 백업서버에 설치해 중복제거를 실시하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과 공공 부문 등에 수십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만 하지만 VTL에 아바마를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EMC는 아바마와는 별도로 VTL로는 팔콘스토어, 중복제거를 위해선 퀀텀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EMC 제품에 데이터도메인의 중복제거를 같이 제공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지만 만약 인수하게 된다면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라이머리 스토리지에 ‘중복제거 기술’ 적용 문제=한편 대부분의 스토리지 업체가 향후 프라이머리 스토리지에 중복제거 기술을 ‘기본’으로 탑재한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EMC나 넷앱 모두 현재 자사의 스토리지 제품에 이를 적용하고는 있으나, 중복제거 기술을 탑재시 성능 및 속도 저하 등의 우려로 활발하진 않은 실정이다. 이 분야에선 넷앱이 EMC보다는 다소 활발하다.
넷앱 측에 따르면 현재 자사의 중복제거 기술은 전세계 5000여 고객에 의해 3만 대 이상의 시스템에 도입돼 있으며, 스토리지 용량으로는 385PB에 달한다.
한국넷앱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대표적으로 현대 미포조선이 파일서버용으로 수 테라바이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중복제거 기술을 통해 비용절감과 용량 가용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에서 야기되고 있는 성능이나 속도 저하 등의 문제는 매우 미비해 실제 업무에 지장을 전혀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중복제거 시장은 2007년 30억원 규모에서 올해 약 150억원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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