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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막바지 고비 넘나… '몰취 조항' 논란도 적극 해명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계약할 당시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이른바 계약금 '몰취 조항'을 두고 긴장감이 여전하다.

작년 8월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 그룹과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바 있다. 이 때 인수가액의 10%인 1550억원을 계약금으로 설정했는데,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은 다자보험에 계약금을 날리게 된다.

그런데 이 '몰취 조항'이 사실상 금융당국을 볼모로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최근 금융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될 수 밖에 없고, 그 화살이 금융 당국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물론 우리금융 측은 '몰취 조항' 관련, 금융당국을 압박하고자 해당 조항을 넣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내부에서도 M&A 사례에선 종종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류의 변화도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지난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간담회 직후 "임종룡 회장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 관련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해 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 일단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에 우호적인 스탠스로 바뀐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실태평가 3등급으로 나오더라도 보완 요구를 통해 조건부 승인 등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상황을 예단하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도출 및 그 이후 이어질 자회사 편입 문제 등은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사안을 분리해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금감원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브리핑'를 발표하면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미흡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규에 따라 M&A를 추진할 시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조항을 인수 계약 당시 삽입해놓고 이 점을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인허가는 경영평가, 해당 계약의 합리성 등을 모두 고려한 후 최종 결정된다"며 "즉 금융사 입장에선 불가항력적인 부분인데 몰취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다소 난센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국을 볼모로 잡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세한 진행 사항은 우리금융 차원에서 드릴 말씀은 없지만 보험사 인수와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해 지주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몰취 조항' 논란과 관련해선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20분 간격으로 개최돼 몰취 조항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리스크관리위원회 개최 전에 이 점을 충분히 논의했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 중국 금융당국도 M&A 승인 불허시, 다자보험 측이 우리금융에 계약금을 돌려주는 조항

금융업계 내에선 M&A에 있어 몰취 조항이 특이한 일은 아니라며 우리금융 측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과 같은 해외 국가와 크로스보더 딜(해외거래)를 진행할 경우 계약 불발로 인한 기회비용에 대비하고자 해당 조항을 넣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대로 중국 금융당국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M&A 승인을 불허할 시 다자보험 측이 우리금융에 계약금을 돌려주는 조항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해당 계약이 우리금융에만 불리한 것은 아닌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다자보험이 벨기에 측과 딜을 성사키는 과정에서 몰취 조항을 넣은 바 있으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전혀 특이할 게 없는데 이를 걸고 넘어지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약을 따져보면 쌍방을 향한 몰취 조항이 설정된 만큼 우리금융이 특별히 당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이를 설정했다기보다 그냥 국제적인 관례로 바라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르면 내달 말께 금융위는 금감원 정기검사 끝에 도출되는 경영평가등급을 토대로 우리금융 M&A 건을 결론 지을 예정이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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