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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美 리스크·수요 부진 지속…K-배터리, 하반기 뒷심 노린다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 전경 [ⓒSK온]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상반기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적 회복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3사의 주요 생산 거점이 연내 본격 가동하는 만큼, 하반기 신차 출시에 대응해 가동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모습이다.

6일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 설명회를 통해 매출 1조5987억원, 영업손실 3594억원을 기록한 작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3% 줄고 영업손실에 대한 적자 폭은 3408억원 가량 늘었다. 또 전분기 기록한 흑자(약 240억원)가 한개 분기만에 3000억원을 넘는 적자로 돌아섰다. 북미 현지 생산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는 813억원이었다.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전분기 대비 6.2%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은 3773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4분기 영업손실은 6028억원이다.

2017년 1분기 이후 흑자를 유지해 온 삼성SDI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삼성SDI는 작년 4분기 매출 3조7545억원,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줄고 전분기 대비 4.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작년 본격화된 전기차 수요 정체기가 지속된 가운데, 연말 소비자 보조금 소진 등으로 재고가 쌓이며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여기에 연말 불용재고 처리 등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이 추가되면서 배터리 3사의 매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배터리 업계는 작년 하반기 중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가 예정된 데다, 변동성이 컸던 원재료 가격 등이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남아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주요 차량 OEM들이 수요 부진에 신차 출시·연간 판매 계획을 일제히 축소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가속하며 부진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 말 시작된 전기차 재고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예정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상 소비자 보조금 철폐를 내걸고 있어 단기적 수요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것이 배터리 업계 측 중론이다. IRA의 축소 가능성은 이미 작년부터 예견된 일인데다, 시장의 우려 대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SK온은 6일 컨퍼런스 콜에서 "소비자 세액공제 등은 철폐나 축소가 되면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출시되는 자동차의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며 "당사가 공급했던 고객사 중에는 지난해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지만 판매가 원활히 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보조금 폐지가 절대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등 수출 산업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관세 역시 즉각적인 세수확보나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유불리를 따져보면 보편관세보다 통상 압박에 필요한 특정국 대상 고율 관세, 부가관세가 더 가능성 있어보인다"고 예측했다.

하반기부터는 그동안 추진해 온 운영 효율화의 성과와 북미 내 신규 라인 가동, 2026년 예정된 신규 프로젝트 가동 이전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라인 전환과 리튬인산철(LFP), 고전압 미드니켈 등 신규 제품 양산이 올해나 내년 중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는 "당초 ESS 생산라인을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기존 기지의 유휴 라인에서 우선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북미 현지 ESS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LFP 현지 생산 계획을 올해 상반기로 앞당겼다"고 전했다.

아울러 "신규 증설보다 이미 구축된 기지를 분리, 활용하는 것이 경제성 차원에서 적절할 것으로 판단해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3공장을 매입해 활용하는 안을 여러 방편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라인도 투자 효율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과잉 투자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해나가는 동시에 자산을 건전화하겠다는 목표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의 박종선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도 "당사 LFP 배터리는 동종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이미 완성됐고, 현재 전기차와 ESS 각각 시장 특성에 맞춰 고객군을 위한 상품화가 진행 중"이라며 "전기차 배터리는 각형 폼팩터와 소재, 극판 기술 접목해 에너지밀도와 수명 특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하고 있으며, 27년 양산 프로젝트를 주요 고객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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