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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號' KB금융, 윤종규 색깔 지우기 본격화?… 실적좋은 계열사 CEO도 물갈이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CEO 물갈이에 비중을 둔 대대적인 계열사 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윤종규 전 회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 CEO들이 대부분 교체의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증권사를 제외한 은행, 생명보험, 카드, 데이터 등 계열사의 수장 자리에 또 다른 대표이사 후보들이 단독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기존 대표들은 사실상 연임의 기회가 날아가게 됐다.

우선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되면서 임기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재근 행장은 재임기간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재연임이 점쳐지기도 했었지만 국민은행의 각종 불거지는 내부통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이환주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계열사 CEO가 KB금융 설립 이래 최초로 은행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도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연임에 실패했다. 김재관 KB금융지주 재무 담당 부사장(CFO)이 국민카드 대표 후보로 선정됐다.

KB라이프 대표 후보에는 국민은행 인사가 낙점됐다.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이 생명보험 대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 KB데이타시스템 대표 후보엔 박찬용 국민은행 기획조정 담당 부행장이 올라섰다.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KB증권 CEO들은 연임의 기회가 주어졌다. 김성현 대표(IB부문)와 이홍구 대표(WM부문)가 각각 KB증권 대표 후보로 추천됐다.

◆'윤종규 키즈' 물갈이… 자신의 색깔 드러내기 위한 인적 쇄신 무게

이번 계열사 CEO 교체는 단순 실적이나 연령을 고려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쇄신에 중점을 둔 인사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전 회장이 그간 KB금융을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아직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양 회장이 윤종규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본격적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에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의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이른바 '윤종규 키즈'로 여겨지던 인물들이었다. 이재근 행장, 이창권 대표, 이환주 대표 등은 모두 윤 전 회장 당시 발탁됐었다.

다만 국민은행장으로 영전한 이환주 대표의 경우엔 양 회장의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심지어 이환주 대표는 이재근 행장보다도 2살 연장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이 과거 보험사 대표 경험이 있는 만큼, 종합적인 업무 이해도 측면에서 이환주 대표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각에선 양 회장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를 향한 대대적인 인사 쇄신의 칼날을 겨눌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양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기 만료 계열사 CEO의 3분의 2를 갈아 치운 파격적인 인사에 나서기도 했었는데, 취임 1년차를 맞이한 올해에는 인사 쇄신의 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후보 추천 배경에 대해 "금융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안정 속 변화'에 방점을 두고 경영 능력이 입증된 대표의 연임, 혁신과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육성, 그룹 경영철학을 이해하고 추진할 인물 세 가지를 큰 기준으로 후보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종규 전 회장은 2014년 'KB 내분사태' 등 KB금융의 암흑기 속에서 한 줄기의 빛 처럼 등장해 KB금융을 리딩금융의 반열에 다시 올려 놓은 장본인으로 평가 받는다.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국민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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