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실손 손해액, 최근 5년갼 10배 이상 증가…비전문과 부설 치료 센터 난립 등 요인에 보상범위 분쟁 지속

-보험연구원 "조기개입 필요한 아동 치료, 사회적 비용으로 간주해야…공적 보장제도 지원 필요"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국내 출생아 수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발달지연 치료비 관련 실손보험 손해액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 병원 등 비전문과 부설 치료센터의 난립과 무자격 치료사의 치료서비스 제공 등은 물론, 진단코드 변경 통한 치료비 충당 등의 요인으로 발달지연 관련 보상범위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조기개입(장애 영아를 위한 포괄적 서비스)이 필요한 아동들의 치료를 사회적 비용으로 간주하고, 공적 보장제도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실손보험 발달지연 치료비 관련 손해액은 최근 5년간 약 10배로 증가 중이다.

특히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등의 발달치료 전문과가 아닌 비전문과 청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일부 발달지연 치료비 청구 건의 경우 실손보험의 지급 영역인 ‘의료적 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소위 ‘사무장 병원’으로 지칭되는 비문과 부설 치료센터의 변칙적 운영 사례 등이 증가하면서 지급 반환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장애 수준의 발달지연을 보이는 일부 아동들도 장애 진단을 미루거나, 의료기관에 해당 지급 코드 변경을 요구함으로써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 충당을 하는 등 수요측 모럴해저드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달장애인 및 소아정신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20% 정도는 ‘F코드(정신 및 행동장애)’ 대신 실손보험 지원 대상인 ‘R코드(R62 기대되는 발달 수준의 결여, R47 달리 분류되지 않는 언어장애 등)’를 진단서에 입력하도록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

발달장애 인구의 치료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병원 부설 치료센터의 난립으로 상대적으로 서비스 단가가 저렴한 공공 및 사설 발달치료센터의 치료사들이 병원 쪽으로 유입되면서 치료비 단가가 급증하고,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프로그램이 중단된 데에 기인했다.

이에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비 부담을 가족의 부담과 민영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공적 제도를 통한 보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조기개입이 필요한 아동들의 치료를 국가 전체의 부담으로 간주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장애인복지제도 등 공적 보장제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보다 단기적인 ‘의료적 치료’와 장기적 ‘발달 지원(또는 역량 강화)’의 영역을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의료와 양육을 통합해 지원하되 영유아기에서 학령기 아동까지의 연령을 기준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건강보험의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 등 조기개입이 필요한 아동들에 대한 치료비가 급여화될 필요가 있다"며 "발달재활바우처서비스 지원금의 현실화와 함께, 일본 사례를 참고로 과도한 치료비 부담을 안고 있는 가족에 대한 추가적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발달재활치료서비스 공급의 양적, 질적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나감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증가하는 치료서비스 수요에 대응하여 치료사 인력의 육성과 전문성 검증을 위한 교육 과정 및 자격증 제도를 점검하고, 서비스 공급기관의 자격과 치료서비스 단가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