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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보안 새내기들, '만년 유망업계' 딱지 뗄 주역

김보민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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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경쟁사요? 없다고 생각하고 덤비고 있습니다." 국내 보안 스타트업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이다. 창업 이후 짧으면 1년, 길면 10년의 시간을 보낸 이들 기업은 업계 '젊은 피'답게 포부 넘치는 자신감으로 뭉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보안 시장이 전체적으로 느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지난달 발표한 '2024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계 기업 수는 2022년 1594곳에서 지난해 1708곳으로 7.2% 늘었지만 수출(-16.3%)과 인력(-7.0%)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은 4.0% 늘며 소폭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보보호 산업으로 좁혀본 분석 결과이지만, 보안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너도나도 북미, 중동, 동남아시아, 일본 등으로 해외 진출 출사표를 내밀고 있지만 글로벌 대형 보안 기업에 밀리기 일쑤인 데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진출 국가의 문화와 언어, 기술 환경을 이해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다른 산업 대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안랩, 윈스, 지니언스와 같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다만 대다수 기업은 기존 핵심 사업을 필두로 공공시장에 대한 의존을 높여 성적을 내고 있다. 총판 업무를 자처하거나, 부동산 수익으로 저조한 판매 실적을 메꾸는 곳도 있다. 이러한 수익 모델이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업계 성장 측면에서 과연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보안 스타트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이들 기업은 기존 보안기업들이 건재하게 활약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되,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벤처 형태로 분사를 하거나, 정부 지원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서 발탁된 인재를 영입하는 흐름도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보안 스타트업으로는 10주년을 앞둔 스틸리언을 비롯해 센스톤, S2W, 이로운앤컴퍼니, 프라이빗테크놀로지, 쿼리파이, 호패 등이 있다. 기업 정체성을 인공지능(AI)에 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한 곳도 두드러지고 있다. 일례로 S2W는 보안과 AI 사업을 동시 추진하며, 생성형 AI 플랫폼 'SAIP' 사용자가 기업 내부 데이터를 보호하고 보안 위협을 대응할 수 있도록 시큐리티 가드레일을 적용한 바 있다. 이로운앤컴퍼니는 기업 기밀과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AI 기반 보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드투자를 비롯해 본격 시리즈 및 프리투자에 진입한 곳도 늘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투자 한파'가 불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성과다. 최근 센스톤은 OT보안 사업성을 기반으로 투자사로부터 총 6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쿼리파이는 올 초 기준 누적 투자금액 38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 하반기 공개한 'AIDD(AI 데이터 디스커버리)' 제품군을 중심으로 민감 데이터 관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전망이다.

국내 보안업계가 만년 유망주 딱지를 뗄 시기다.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되면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고 루브릭, 일루미오, 넷스코프 같은 스타트업은 기존 대형 보안기업의 뒤를 이을 차기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시장 또한 어느 정도 매출이 오르면 '이만하면 됐다'고 안주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필요한 때다. 혁신 생태계가 곧 산업 성장을 이끈다는 말이 공식처럼 통하는 지금, 국내 보안 스타트업의 활약이 업계 덩치를 키우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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