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레벨업] 개발 속도 높이고 재미는 레벨업… AI로 게임 혁신 가속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 3월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4(이하 GDC 2024)’의 주요 화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었다. 오픈AI의 챗GPT가 열어젖힌 대(大) AI 시대에 발맞춘 게임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당시 생성 AI와 게임의 결합을 다룬 세션에서 구글 클라우드의 잭 부저 디렉터는 게임산업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개발 프로세스가 변하고, 이용자 지시에 따라 다변하는 게임이 탄생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실제 게임업계는 올해 초부터 대형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를 가리지 않고 생성 AI를 개발 과정에 적극 활용하며 혁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지나 음성 등을 제작해주는 툴(Tool)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다. 더불어 게임을 트렌드에 맞춰 기민하게 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성장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선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크래프톤이 생성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엔씨는 작년부터 자체 개발 언어모델(LLM)인 바르코(VARCO)를 기반한 ‘바르코 스튜디오’를 전사에 보급, 이미지와 음성 등 리소스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자사 야심작 ‘아이온2’의 출시를 내년으로 확약하는 등 게임 출시 사이클이 기존과 비교해 앞당겨진 신호도 벌써부터 관측된다.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는 앞선 미디어 간담회에서 “많은 개발사가 막대한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으로 사업 지속이 어려워진 상태”라며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해 비용 효율성과 제작 기간 단축으로 창작 집중성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생성 AI 기술을 게임의 재미 요소로 활용, 기존 문법을 탈피한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래프톤의 AI 게임 개발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지난 5월 스팀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형태로 발표한 ‘마법소녀루루핑’이 일례다.
마법소녀루루핑은 마이크 입력 장치에 육성으로 마법 주문을 외쳐 전투를 펼치는 게임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AI가 이용자 목소리의 크기나 발음,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과값을 주문 대미지로 계산하는 식의 독특한 게임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승용 렐루게임즈 개발실장(CTO)은 앞서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AI를 게임 개발해 사용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개발 효율 측면에 있다. 딥러닝을 게임 그 자체의 재미를 위해 접목시키려고 노력하는 곳은 거의 없는 걸로 안다”며 “게임 재미 일부 요소를 딥러닝으로 대체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게임 플레이나 장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성 AI의 도입을 통해 인디‧중소 게임사와 대형 게임사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개발 비용과 기간이 단축되다보니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적은 인력으로도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 인디게임사 관계자는 “생성 AI 도움으로 1~2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낼 수 있게 됐다. 프로토타입 하나도 신중하게 만들어야 하는 인디게임사에겐 혁신”이라고 귀띔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AI 창작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게임 개발자가 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다양한 취향과 무한한 개성을 가진 게임 탄생으로 이어져 게임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상 콘텐츠 산업 패러다임이 동영상 촬영과 공급을 일상화한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급변했듯, AI 창작 도구가 게임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사는 최근 자사 게임과 플랫폼에 다양한 AI 창작 도구를 보급하고 있다. 특히 로블록스는 대화형 AI 도구 ‘어시스턴트’, 3D 콘텐츠 제작을 가속화하는 ‘아바타 자동 설정’과 ‘텍스처 생성기’를 발표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11개월간 크리에이터들이 ‘코드 어시스트’를 이용해 채택한 코드만 약 3억자다.
젠 팡 로블록스 인터내셔널부문 총괄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는 특히 전례 없는 방식으로 창작을 민주화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로블록스 장기적인 비전에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인간처럼 대화하고 행동하는 ‘휴먼라이크’ AI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게임의 한계 재미를 올리는 데서 나아가, 솔로 플레이 위주의 게이머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유도함으로써 이용자층 확대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잭 부저 디렉터는 GDC에서 “플레이어의 암시적 또는 명시적 지시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살아있는 게임’이 향후 3~5년 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AI의 채택 여부를 따지는 단계는 지났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슬기롭게 AI를 활용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며 “유튜브와 OTT 등에 밀려 게임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서, AI는 게임산업의 마지막 반등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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