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풍전등화 방통위]② 공영방송은 민영화…실종된 UHD 정책

강소현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 민영화’를 통해 공영방송 시장을 손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관·김홍일 등 역대 위원장들과 같은 수순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업계는 민영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개편의 방향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해봐야 한다고 우려한다. 민영화에 따른 결과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 공영방송 줄이면 공정성 확보될까

앞서 이동관 전 위원장은 물론, 김홍일 전 위원장 역시 공영방송 민영화를 작업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실제 YTN 민영화를 추진했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위원장은 2012년 당시 MBC 기획조정본부 본부장이었을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지분 매각을 밀실 논의하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민영화는 여당의 과제이기도 했다. 여당 내부에선 ‘1공영 다민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계에선 공영방송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민영화의 방향과 관련해선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한다. 업계에 따르면 BBC·채널4 등 우리나라와 같이 다공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영국 역시 2021년 채널4와 관련 민영화 계획을 수립했지만 최근 철회했다. 이는 벌써 6번재 시도다. 정치적 후견주의 등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쇠퇴하는 공영방송을 사려는 기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공영방송 개편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전세계 어디나 똑같다”라며 “아쉬운 부분은 우리나라가 나름 콘텐츠 강국인데 아직도 공영 중심의 방송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게 적합하냐는 방향에서 민영화를 제시한다면 훨씬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적 서비스나 콘텐츠는 무엇이며, 공영방송을 하나만 남겨둬도 충분히 생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KBS는 뉴스에서 지상파 최초로 수어방송을 제공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통합뉴스룸을 2년7개월 동안 유지하는 등 국가적 재난방송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사기업의 입장에선 제작할 이유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를 어느정도 필요로 하며 재원은 얼마나 투입돼야 하는 지에 대한 객관석 분석과, 이에 기반한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라며 “공영방송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미디어의 공공성·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과거 지상파만 있던 시절에는 KBS·SBS·MBC 3사가 보편적 시청채널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유료방송도 최소상품이 있는데 보편적 시청채널을 정할 필요가 있나 싶다”라며 “국민 모두가 시청해야할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선제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애물단지된 UHD, 지상파 경쟁력 확보 방안은 '묘연'

2022년 UHD 구축 현황.
2022년 UHD 구축 현황.

지상파의 소관부처로서, 이들의 경쟁력 확보를 돕기 위해 어떻게 지원할 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제도의 정착을 지원한다고는 밝혔지만, 수신료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를 어떻게 극복하도록 도울지 대한 이야기는 부재했다.

UHD(초고화질·Ultra High Definition) 정책에 대해선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지상파방송을 UHD로 시청하는 가구 비율'을 묻는 질의에 "파악 못했다"고 답했다. 또 'UHD 정책에 대한 기본 방향성'를 묻자, "가장 최근의 일은 파악이 안 돼 취임하면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2021년까지 UHD 방송망을 시·군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방송사의 재정 악화로 UHD 전국망 구축 완료 의무 시점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UHD 정책 방향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UHD 정책을 처음 시행할 당시와는 국내외 방송 시장 모두 상황이 크게 달라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지상파방송 사업자도 더 이상 전파가 아닌, 인터넷망(IP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하려는 추세다. 영국 방송사인 BBC와 ITV, 채널 4, 채널 5 등은 스마트TV용 스트리밍 서비스 ‘프릴리’(Freely)를 출시했다.

방송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UHD 전국망이 구축돼도 결국 유료방송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라며 "정책당국은 단순히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UHD 전국망을 구축할 수 있냐는 단기적 관점이 아닌, 지상파 방송사도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등의 글로벌 방송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더욱이 UHD 전국망 용도로 할당된 700㎒(메가헤르츠) 대역이 높은 효용성에도 불구,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6G 시대를 앞두고 저대역에서 광대역을 할당하려면 주파수재배치는 불가피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향후 6G 서비스에서 저대역을 활용하려면 해당 대역에서 최소 400㎒는 확보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해당 시점이 되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각사가 현재 파편화된 대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대역을 가지려면 주파수 재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