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총수 부재’…어깨 무거워진 카카오 정신아, 지도력 시험대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사상 초유 총수 공백 사태에 놓였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속 신임 대표에 올라 김범수 위원장과 쇄신 작업을 주도해 온 정신아 카카오 대표 지도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카카오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대표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주 우려가 적은 대기업 총수에 ‘도망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한 것이 이례적인 결정이라 보고 있다. 앞서 구속된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김 위원장 역시 구속영장 발부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기대감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자까지 겨눈 카카오 사법 리스크, 경영 복귀에도 구속 못 피한 김범수
카카오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기존 사업들을 이끄는 만큼, 김범수 위원장 구속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 부재에 따른 쇄신 작업, 인수·합병(M&A), 계열사 기업공개(IPO), 인공지능(AI) 신사업 추진 등 주요 경영에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벤처 1세대 대표 인물로 손꼽히는 김 위원장은 지난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이후 2006년 카카오 전신 아이위랩을 세운 그는 4년 뒤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는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 영향력을 앞세워 적극적인 M&A로 몸집을 키웠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카카오는 문어발식 사업구조와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중심으로 그룹 안팎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와 같은 경영진 도덕적 해이 문제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플랫폼 택시 시장 갈등 ▲모빌리티·VX·헬스케어와 스타트업들 간 아이디어·기술 탈취 분쟁 ▲카카오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등 최근 1~2년 새 굵직한 사건만 여럿이다.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극에 달한 것은 지난해 인수한 SM엔터가 결정적이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강조해 온 카카오는 글로벌 팬덤에 힘입어 케이팝 시장을 이끄는 SM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그런데 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 대상에 대거 오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지 약 1년8개월 만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회사 측은 김 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CA협의체는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과 정 대표 투톱 체제로 재편했다. 카카오 그룹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역시 김 위원장 지시로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경영 쇄신 신사업 추진 두 마리 과제 잡을까…정신아 대표에 쏠린 눈
카카오 경영 쇄신 구심점인 김 위원장 구속으로 또 다른 한 축인 정 대표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김 위원장이 회사 최대 주주로서 그간 카카오에 행사한 영향력이 적지 않아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 지분 13.28%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지분 10.40%를 보유한 2대 주주 케이큐브홀딩스 지분도 100% 갖고 있다.
카카오는 정 대표를 필두로 기존 경영 방침과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김 위원장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지난 18일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할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카카오 최대 과제는 AI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AI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하고,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기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한 ‘코-GPT 2.0’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대내외 악재로 발표 시점을 미루다 올해 사용자 중심 AI 서비스를 내놓기로 전략을 바꿨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작년부터 내정자 신분으로 경영 전면에 선 정 대표가 반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 대표가 CEO로 내정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 신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AI 개발조직 통합이 진행됐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 방향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형 플랫폼의 골목상권 진출 관련한 비판 여론으로 신사업 수익 모델 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법·규제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핵심 경영진들은 정 대표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도 이번 사태를 두고 입장 발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 준신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준법 시스템 확립과 사회적 신뢰 제고라는 본연 역할을 흔들림 없이 다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준신위는 김 위원장, 정 대표 공동의장 체제 아래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 5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영역별로 그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를 발굴하고 방향성과 정책 관련 의견을 제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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