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완결형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포스코 광양 율촌산업단지 가보니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지난 25일 찾은 전남 광양 율촌제1산업단지. 쉼표를 찍은 배터리 업계 내 투자 연기 소식이 무색하듯 건물을 올리고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작업 소리가 리튬 생산 공장에서 들려오는 한편, 맞은 편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비가 돌아가는 진동음이 크게 들려온다. 이곳에서 생산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료는 곧바로 인근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에 투입된다. 이곳은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해 온 배터리 소재의 '풀 밸류체인' 구축이 바삐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국내 유일 리튬 제련 설비…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현장에서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2공장 증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외관상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준공이 완료된 모습이었으며, 1공장과 마찬가지 모습의 외형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 포스코홀딩스가 합작한 리튬 제련 회사다.
우선 둘러본 1공장의 원료 창고에서는 스포듀민 광석이 모래처럼 곱게 갈린 형태로 가득 쌓여 있었다. 오래 묻혀 있어 산화된 상태인 만큼, 고루 산소를 떼내어주기 위해 갈아둔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기술품질부장은 "스포듀민 광석에는 리튬이 2.5% 가량 함유돼 있는데, 함유되지 않은 것과 분류해 원재료 창고에 들여놓은 것"이라며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려는 국내 기업은 있지만, 광석을 들여와 리튬 제련을 진행하고 있는 건 포스코가 국내에서는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갈린 스포듀민 광석은 위로 뚫린 파이프 등을 타고 1공장 상단 외곽에 배치돼 있는 거대한 관 안으로 투입된다. 이는 킬른(Kiln)이라고 불리는 원료 소성용 가마로 높은 열을 가해 광석 내 산소를 떼내는 역할을 한다. 1000℃에 가까운 온도로 구워준 광석은 공랭식으로 식혀주고, 다시 한번 갈아준 뒤 황산과 섞어 가열한다. 이렇게 되면 리튬이 물에 녹을 수 있게 돼, 물에 녹지 않는 광석 찌거기와 리튬을 분리할 수 있다.
물에 녹은 황산리튬에는 철이나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여타 성분이 아직 남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기 투석 방식으로 고순도의 수산화리튬으로 태어난다.
원료 소재 최선단·최후방 공급선 완성…포스코HY클린메탈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맞은 편에는 리튬을 비롯해 니켈·코발트·망간을 추출하는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한 포스코HY클린메탈의 리사이클 공장이다. 폐배터리, 혹은 배터리 셀·양극재 공정에서 발생한 스크랩(Scrap)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있다.
리사이클 공장은 수산화리튬 정제 공장과 달리 개별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공정이 원료가 파이프를 이동하면서 공장을 한바퀴 감아도는 형태였다면, 포스코HY클린메탈은 전체 추출 공정을 거친 후 세부 금속별로 추출 공정에 돌입하는 식이었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폐배터리, 스크랩을 파쇄해 금속 가루(Blackmass)를 만드는 전처리와 이로부터 개별 원료를 뽑아내는 후처리로 나뉜다. 이곳은 블랙매스를 받아 용매를 투입해 금속을 추출하는 후처리(하공정)만 담당하고 있다. 전처리에 해당하는 상공정은 그룹이 폴란드에 설립한 PLSC와 기타 외부 협력사들로부터 진행된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블랙매스 내 금속 추출률을 높이기 위해 4번의 침출을 거친다. 원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환원침출 대신 고온·고압의 산소가압침출 공정이 적용됐다. 이 공장이 100% 가동한다면 금속 기준으로 탄산리튬 연간 2500톤, 황산코발트 800톤, 황산니켈 2700톤이 추출된다.
이렇게 추출된 니켈·코발트·탄산리튬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생산한 수산화리튬과 함께 전구체·양극재 생산 공장으로 투입된다. 포스코필바라솔루션-포스코HY클린메탈로 시작된 원료 공급망이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전구체, 양극재 등 그룹의 핵심 사업 밸류체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이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을 모두 갖춘 제철소)에서 쌓은 경쟁력을 이차전지 소재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의도"라며 "포스코가 '산업의 쌀'로 꼽히는 철강사업에서 비철금속까지 솜영역을 넓히겠다는 취지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소재 핵심된 '완결형 가치사슬' 구축…"中과 협력해 LFP로도 진출할 것"
배터리 소재 업계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는 원료를 얼마나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가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요국별 적격원료를 확실히 확보해야 하는 데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잡아야만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양극재 제조사들은 높은 리튬 가격 변동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을 거쳐오며 상승을 거듭하던 리튬 가격이 고꾸라지며 이익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구매 당시 원료가격 대비 양극재 판매 가격이 떨어지는 부정적 시차효과(래깅)가 발생한 탓이다. 외부로부터 수급하는 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황에 따른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시장규모 확대에 따라 이차전지 공급망 내 원료 분야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고수익 원료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캐즘 및 광물 가격의 하락 시기를 기회로 활용해, 리튬 염호·광산 등 우량자산을 저가에 매수해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리튬 제련 방식을 이원화한 것도 이러한 전략에 따른 일환이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통해 광석리튬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상용화 공장을 통해 염수리튬을 제련한다. 향후 리튬 공급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여러 방안을 추진해 공급선을 안착시키겠다는 의미다.
배터리 고에너지화로 공급선이 중요해진 니켈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달 중국 CNGR과 손잡고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2026년 준공키로한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이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홀딩스와 CNGR이 6:4 지분으로 설립한 이 공장에서는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이 생산된다. 포스코그룹은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CNGR과 전구체 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도 함께 착공할 예정이다.
방진철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사업 담당 상무보는 "지난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목표 하에 핵심가치·미래혁신 과제를 추진하는 중"이라며 "현재 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소재에서도 고객사 상업생산 로드맵과 연계해 생산능력 확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지속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규정상 파트너사들이 이에 저촉된다고 보기가 어렵다. 화유코발트, CNGR 모두 민간기업"이라며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약서상 지분조정 가능한 내용을 삽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 핵심인 포스코퓨처엠의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그룹 차원의 '풀 밸류체인'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소재 조성 포트폴리오를 넓혀 고객사를 향한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최욱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소재실장(상무)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4마이크로미터(㎛) 이상 단결정 중입경 제품을 개발해 주행거리 확대와 안정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급형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에 대해서도 "중국 회사와 협력하려고 계획 중에 있으며, 망간을 넣어 에너지밀도를 높인 리튬인산망간철(LFMP) 개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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