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억원 우정사업 기반망 ‘대어’, KT가 또 낚을까…통신업계 “경쟁 촉발 필요”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권하영기자]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차세대 기반망 운영을 위해 통신사를 선정하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내놓았다.
2019년에 이어 또다시 KT가 승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면, KT는 우정사업 차세대 기반망 사업을 통해 약 1616억원에 달하는 공공예산을 따낸 셈이 된다.
사실상 통신4사 경쟁으로 좁혀진 만큼, 이번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KT 우위를 점치고 있지만, 경쟁 촉발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LGU+보다 점수 낮았지만 2019년 승리했던 KT, 2024년 ‘눈치싸움’ 치열 전망
2019년 선정된 우정사업 기반망 서비스 이용 계약기간이 내년 3월 만료 예정인 만큼, 우본은 올해 운영 사업자를 다시 정할 예정이다.
이에 내년부터 실시되는 우정사업 기반망 서비스 경우, 주 회선(1분류) 사업자 682억2700만원 부 회선(2분류) 사업자 277억9100만원 총 960억1800만원 예산을 투입한다. 1분류 사업자는 70% 회선, 2분류 사업자는 30% 백업 회선 구축을 담당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이번 우정사업 기반망 서비스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1분류 사업자와 2분류 사업자 중 전략적으로 어디에 입찰할 것인지 등을 놓고 물밑 눈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앞서, 2019년 당시 933억4000만원 예산의 1분류 사업자는 KT, 355억9000만원 예산의 부 회선 사업자는 LG유플러스로 정해졌다.
1분류 사업자에 도전을 던진 곳은 KT와 SK브로드밴드로, KT는 기술점수 80점 만점 기준 76.1257 가격점수 20점 만점 기준 17.9437 총 94.0694점을 획득해 SK브로드밴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주 사업자로 선정됐다. SK브로드밴드는 기술점수 73.4629, 가격점수 17.9190 총 91.3819점을 받았다.
2분류 사업자 선정 때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점수는 LG유플러스 74.2286, KT 72.9943, SK텔레콤 72.8229 순이었으며 가격점수는 LG유플러스 17.3803, KT 17.2778, SK텔레콤 17.2604로 나타났다. 이에 총 점수는 LG유플러스 93.0705로 KT 91.5795보다 앞섰다.
사실상 LG유플러스가 기술과 가격점수에서 모두 KT를 앞서며 1위를 차지했지만, 2사업자 입찰에만 참여했던 탓에 실제 주 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1분류 사업자 자리는 KT 차지가 됐다. 당시 KT만 1분류, 2분류 사업자 입찰에 모두 참여했다.
◆“안정적 운영 경험은 역시 KT” vs “국가사업은 KT 텃밭? 다양한 사업자 들어와야”
우본 측은 KT가 주 사업자로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위원들이 평가를 하는 만큼 기존 경험이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사업이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신규 항목이 많지 않고 계약 만료에 따른 사업자 재선정에 중점을 둔 만큼 KT가 우위를 점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KT는 공기업 시절부터 전국적인 망 인프라를 갖춰오며, 여러 정부망 사업에서 전통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우정사업 기반망 서비스만 해도 2019년 이전에 2011년 기반망 회선 사업자와 기반망 고도화 사업자 모두 KT가 싹쓸이했고, 2016년 기반망 사업자 재선정 때도 KT가 최종 낙찰됐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아무래도 망을 많이 갖고 있어 실질적인 투자비가 경쟁사보다 덜 들어가다 보니, 이런 국가 사업을 대부분 KT가 가져가고 있다”며 “다만 2020년 국가융합망 사업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1·2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후발 사업자들이 조금씩 넓혀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사업자가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사업자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사업을 다른 사업자들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순위가 뒤집히는 것 자체가 공공 시장에서의 경쟁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성 보장 ‘우회경로’ 구축…6월11일 사업설명회
한편, 우본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반망 행정업무의 생존성 강화와 대외망 재해복구(DR) 회선 구성으로 24시간 365일 무중단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본은 재난‧재해 및 대형 장애로 인한 기반망 행정업무와 대외망 마비 때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우회경로를 만들기로 했다. 우본은 서울중앙우체국에 위치한 ‘기반망 DR센터’와 국자정보자원관리원을 연결하고, 우정사업정보센터(나주)와 대외기관을 연결하는 신규 회선을 구성할 계획이다. 우회 회선을 추가하는 한편, 대역폭을 최적화해 안정적인 망 운영을 꾀할 방침이다.
다만, 우본은 차세대 기반망은 지난 우체국 금융 전산시스템 장애와 관련 없다고 못 박았다. 대국민 서비스 네트워크 장애 경우, 일반 사용자들이 들어오는 인터넷망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차세대 기반망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세대 기반망은 내부 업무를 위한 시스템을 말한다.
우본은 오는 11일 나주에 위치한 우정사업정보센터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후, 7월11일 입찰을 마감할 방침이다. 사업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030년 3월31일까지다. 회선 구성 및 서비스 준비는 내년 3월31일까지로, 새로운 사업자 서비스는 내년 4월1일부터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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