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힘 못쓰는 KT, 김영섭 대표 칼 빼드나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취임 8개월 차를 맞은 김영섭 KT 대표가 비용 효율화를 위해 부실 계열사를 정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KT가 올 초부터 베트남 현지 헬스케어·DX(디지털전환) 사업 방향성을 재검토한 만큼, 업계에서는 김영섭 대표가 전임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진행한 부실 해외사업을 순차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러시아 법인 순차 정리?…'구현모 색채' 지우나
구현모 전 대표 재직 당시 전개됐던 해외사업은 상당 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며 수익성 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김영섭 대표가 취임하기 전 청산되거나 취임 이후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을 판단해 대거 정리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KT가 청산한 법인은 ▲Epsilon M E A General Trading L.L.C(아랍에미리트) ▲KT전략투자조합2호(한국) ▲KT-미시간글로벌콘텐츠펀드(한국) ▲KT Primorye IDC LLC(러시아) 등 총 4곳이다.
특히 KT가 보유·설립한 러시아 법인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해 청산한 KT 프리모리예 IDC(KT Primorye IDC LLC)의 경우, 2021년 9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추진한 이후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지 허가가 늦어지면서 이듬해인 2022년 들어 설립이 완료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시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제재가 심해짐에 따라 설립 1년 만에 법인을 청산하기에 이른다.
당초 KT 프리모리예 IDC LLC는 현지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KT는 러시아 법인(KT RUS LLS)와의 유기적인 협력 구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러시아 시장에서 AI(인공지능) 기반 솔루션 및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KT 러시아 법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KT 러시아 법인은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없이 3억7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해외투자사업이라는 설립 목적과 달리 현지 사정으로 인해 수익성이 마이너스가 된 만큼, 프리모리예 IDC 같은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적표도 좋지 않다. 특히 베트남 지역에 설립한 KT 법인 3곳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수익성 개선 여력이나 잠재력도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법인 중 가장 많은 손실을 낸 곳은 'KT 헬스케어 비나 컴퍼니'다. KT는 지난해 2월 베트남에 KT 헬스케어 비나 컴퍼니를 설립하고, 하노이 건강검진센터 착공에 돌입하는 등 현지 원격·AI 의료서비스에 도전했지만 갑작스럽게 사업을 철수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같은 해 3월 베트남 현지 지사를 'KT DX 베트남' 법인으로 전환하고 현지 디지털전환(DX) 발굴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었던 KT는 올 들어 KT DX 베트남 법인장을 교체하는 등 베트남 현지 DX·헬스케어 사업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KT 관계자는 "KT 헬스케어 비나 컴퍼니는 사업 추진 방향성을 재검토 중"이라며 "DX 베트남 법인장은 김종삼 신임 법인장으로 교체 발령돼 근무중으로, DX 사업 지속 발굴 및 KT 회선 사업과의 시너지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현재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아쿠아리테일 베트남 법인'이다. 아쿠아리테일은 KT그룹 계열사인 KT알파와 알티미디어가 베트남 현지에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모바일 쿠폰 바우처 등 현지 이커머스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KT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쿠아리테일 서비스에 대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는 등 현지 서비스를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말 이후에는 이렇다 할 비즈니스 전개 소식이 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해당 법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억4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일부 기업과의 거래만 진행했을 뿐 사업 전개 속도는 제자리걸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알파 관계자는 "아쿠아리테일이 진행중인 베트남 모바일 바우처 사업은 B2B(기업간 거래)를 중심으로 전개 중"이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것은 아니었고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난해 연간 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KT 르완다 네트웍스(KT Rwanda Networks Ltd.)' 법인과 '싱가포르 법인(KT ES Pte. Ltd.)'도 부실 계열사로 꼽힌다. 특히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KT 종속회사(매출 1000억원 미만) 중 가장 큰 손실을 낸 것으로 기록됐다. KT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해 연간 8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3년 KT가 1500억원을 투자하고 르완다 정부와 합작해 설립한 KT 르완다 네트웍스는 현지 정부와 LTE 독점권 계약 분쟁 등을 겪으며 3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르완다 법인은 김영섭 대표가 직접 정리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KT 정기주주총회 당시 김 대표는 "(르완다 법인은)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르완다 사업을 철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말했다.
KT가 2021년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디지코 전략'의 일환으로 인수했던 '엡실론'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당시 KT는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 기업 엡실론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했지만, 지난해만 118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냈다. 이 과정에서 KT는 아랍에미리트 소재 엡실론 법인을 청산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과 러시아 지역 사업의 경우,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주력으로 실행했던 사업이지만 대외적 여건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서서히 정리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은 현지에서도 철수 배경에 의문을 표할 만큼 갑작스럽게 철수된 바 있어 남아있는 모바일 쿠폰 바우처 사업도 정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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