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레거시 울고, 첨단 칩 웃고…엇갈린 K-반도체 업황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반도체 칩 [ⓒ 픽사베이]
반도체 칩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 투자가 인공지능(AI) 분야 중심으로 이뤄지며 최첨단 분야 내 실적 회복이 빨라지는 반면, IT·자동차·범용 데이터센터 등 기존 분야 시장 회복은 아직 더딘 모양새다. AI를 제외한 IT 전방산업 내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응용처별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양극화가 해소되고 전·후방 생태계가 모두 살아나는 시점으로 올해 하반기를 지목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8일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파운드리 산업 올해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를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도 10% 이상에서 약 10%로 낮췄다.

TSMC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업황을 낮춰 잡은 이유는 더딘 전통적 응용처 수요 때문이다. 지난해 수요가 급감한 가전·IT·TV 등 전방산업이 되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 캐즘 등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줄면서 매출 등 전체적인 성장 규모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 시장 역시 AI와 같은 하이퍼스케일 영역을 제외하면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PC는 바닥을 쳤으며 회복 속도 역시 더디다"라며 "AI 관련 데이터센터 수요는 매우 강력하지만,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수요는 느리고 미온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반도체 업황이 AI와 비(非)AI 분야로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AI 분야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가 늘면서 AI가속기·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성장하고 있지만, 성숙 공정을 활용하는 응용처 투자는 부진하면서 관련 생태계의 회복 속도도 느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업황 전망도 분야별로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메모리인 HBM 출하 확대에 힘입어 1분기부터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범용 메모리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외주 패키지·테스트 전문 기업(OSAT)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국내 OSAT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패키징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HBM 등 첨단 패키징 물량은 양사가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고, 외주로 나온 범용 메모리 물량은 아직 높지 않아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업황 회복 체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레거시 파운드리 업체들은 과거 2021년 100%에 육박했던 공장 가동률이 최근 70%까지 떨어진 바 있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DB하이텍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570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8%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62.% 급감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국내를 비롯한 생태계 전반이 살아나는 시점으로 올해 하반기를 꼽았다. 하반기부터 메모리 생태계 전반에 HBM 수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올해 연말을 향해 갈수록 전기차·IT 전방산업 수요 상승 등 기회 요인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로 시작된 첨단 패키징·부품 등 수요가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첨단 시장을 노리고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관련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