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사전적정성 검토제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다만, 시기는 미정이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운영하면서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위는 20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산업계 신년 간담회’를 열고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날 통신3사, 네이버‧카카오, 쿠팡‧쓱닷컴, AI 스타트업 등 기업인 12명이 참석했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의견 중 하나는 사전적정성 검토제 ‘패스트트랙’이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신서비스를 기획‧개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적정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처리환경에 적합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방안을 사업자와 위원회가 함께 협력해 마련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신청서 제출부터 적용방안 마련까지 60일 이내 기간이 소요된다. 이후 개인정보위가 적용방안을 검토해 결과를 통보하고 이행 점검을 하게 된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60일이라는 기간이 때에 따라서는 경쟁에 뒤처질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에 기술 변화와 서비스 진화 속도를 고려해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SK텔레콤 허영춘 정책개발 실장은 “산업 내 서비스 출시와 진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LG유플러스 김영수 공정경쟁담당 상무 또한 “서비스 출시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이 굉장히 빠르며, 후속적인 개발 시스템 개발과 시장에 출시되는 시간 또한 빠르다”며 “경쟁이 치열하고 서비스 개발 과정에 외부에 노출되면 경쟁사에서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60일 이전에라도 즉시 통보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SSG닷컴 등도 이에 대해 공감했다.

이러한 산업계 의견에 개인정보위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패스트트랙 제도보다, 기업에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역할을 해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기획과 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석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문제의식이 있기에,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고시부터 만든 후 노하우가 쌓이면 도입 시기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제도가 없어도, 급한 건에 대해서 빠르게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전적정성 검토제도는 사업자와 위원회가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을 함께 만들고, 기업에 CPO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라며 “프라이버시 친화적 설계도 하지 않고, 서비스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신청한 후 당장 출시하게 해달라고 하는 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도 CPO 역할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라이버시 강화부터 데이터 거버넌스 전환에 있어 기업 내 CPO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학수 위원장은 “서비스 설계 첫 단계부터 각각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CPO가 관여를 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며 “제품 개발 부서에서 모든 걸 완성한 후 최종 단계에서야 혹시나 생길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CPO 쪽에서 책임지라고 하는 총알받이 역할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초기 단계부터 개인정보보호를 관여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필요한 경우 위원회와 함께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전 적정성 검토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며, 운영규칙 행정예고는 이번달 말 진행될 예정이다. 제정 시기는 오는 3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