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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 도서정가제 제외는 반쪽짜리?…업계는 “산 넘어 산”

이나연 기자

-도정제 대상서 빠진 웹툰·웹소설…부가세 면세 혜택 논의 남았다

-문산법 통과 시엔 도정제 적용 제외 유명무실해져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난 2014년 11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직원이 도서정가제 시행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난 2014년 11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직원이 도서정가제 시행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정부가 웹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도서정가제(도정제)를 개편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자출판물에 해당하는 웹툰·웹소설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기존엔 도정제로 ‘기다리면 무료’ 등 프로모션에 대한 일부 제약이 존재했던 만큼, 업계에선 도정제가 아닌 웹툰·웹소설을 위한 별도 제도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도정제 개편으로 할인 마케팅을 둘러싼 제재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 외에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오히려 웹 콘텐츠가 도정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동안 출판물로서 받아 온 부가세 면세 혜택이 사라지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 권리 보호 취지에서 제정을 추진 중인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이 통과될 경우, 도정제 적용 폐지 효과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산법에 속한 업계 금지 행위 유형에 따라서도 작품 무료 공개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오는 23일 오후 웹소설 상생협의체를 열고 관련 업계와 도정제 예외 적용에 따른 후속 논의를 진행한다. 현장엔 웹소설 협·단체와 창작자를 비롯해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플랫폼 업계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쟁점은 도정제 대상에서 빠진 웹툰·웹소설에 대해 부가세 면세 혜택을 지속할 것인가다. 도정제에 해당하는 업계엔 부가세 10% 면세 혜택이 있는데, 웹 콘텐츠 업계가 그 대상에서 제외되며 면세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획재정부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소설 상생협의체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는 “웹 콘텐츠 관련 부가세 면세가 해제되면 소비자 가격이 10% 상승하므로 면세 유지 여부와 부담 주체에 대한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웹소설 업계는 이번 도정제 변화로 프로모션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시간이 지나면 작품이 무료 회차로 풀리는 ‘기다리면 무료’ 마케팅은 출판계에서 도정제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이제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다만, 부가세 면세 혜택에 관한 논의가 남은 현재로선 ‘반쪽짜리’ 웹 콘텐츠 산업 진흥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부가세 10%는 작지 않은 비중”이라며 “콘텐츠 가격이 10% 올라가면 소비자 부담 전가가 불가피해 도정제 대상 폐지가 마냥 좋아할 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5월15일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형설출판사 앞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장례 집회에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펜그림을 태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5월15일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형설출판사 앞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장례 집회에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펜그림을 태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가세 면세가 지속된다고 해도 웹툰·웹소설 업계는 또 다른 규제 가능성에 시름할 전망이다. ‘검정고무신 방지법’이라 불리는 문산법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관련 정부부처가 최종안을 검토 중인 문산법은 지난 2020년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발의안과 2022년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발의안을 반영해 만든 대안 형태 법안이다.

지난해 초 1990년대 인기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가 출판사와의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별세한 후 국회와 정부에서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해 왔다. 문산법은 작년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중규제와 업계 성장 저해 등을 이유로 일찍이 우려를 표한 산학계와 창작자들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을 보인 탓이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문산법을 오는 4월 총선 전까지 통과시키기 위해 다음 달 설 연휴 전 내용 재정비를 끝내리라 본다.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60일 넘게 처리를 미루면, 국회법에 따라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문산법에 있어 콘텐츠 업계와 창작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제작 행위 방해 ▲문화 상품 판매 거부 ▲납품 후 재작업 요구 ▲기술 자료·정보 제공 강요 등 문산법에 담긴 금지 행위 유형 10가지 중 ‘판매 촉진비 전가’ 항목이다.

도정제에서 종종 지적됐던 프로모션 방식이 해당 조항에 걸릴 수 있어서다. ‘매일 열 시 무료’ 등 무료 공개 프로모션은 신인 작가나 비인기 작가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목적에서 활발히 쓰인다.

문산법 시행으로 플랫폼 부담이 커지면 업계에선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작가들에 대한 프로모션을 축소할 수 있다. 기업 뿐만 아니라, 사단법인 웹툰협회 등 창작자 단체들이 최근 성명을 내고 법안 통과 유예를 촉구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편, 지난 2003년 도입된 도정제는 출판업계 내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기 위해 도서 정가의 최대 10%까지, 마일리지 등을 포함하면 최대 15% 이내에서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정한 제도다. 지난 2014년부터는 제도의 타당성을 3년마다 검토하고 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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