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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인정 받은 폐배터리…'270조' 리사이클 시장 경쟁 '본격화'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배터리 업계의 오랜 숙원 과제였던 폐배터리의 제품화가 공식화되면서 리사이클 시장 확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폐기물 관련 규제를 덜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은 이에 발 맞춰 폐배터리 리사이클 허브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폐배터리 제품 인정 공식화…리사이클 사업성 확대=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2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 내년부터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향후 5년간(2024~2028년) 38조원 이상의 정책 금융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를 폐기물 규제가 아닌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산업 생태계적 관점에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한다. 성능검사→유통전 안전 검사→사후검사로 이뤄진 3단계 안전 점검 체계를 도입,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배터리는 탈거 할 때부터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한다. 제품으로 인정받으면, 재제조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성능 평가 도입 이전까지는 '순환 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재활용 업체의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을 위해 사용 후 배터리 보관·처리 가능 기간은 기존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한다. 니켈·코발트·망간을 생산하는 원료 재생업을 제조업으로 분류해 산업 단지 공장 시설 구역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폐기물 처리업과 원료 재생업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는 삭제하거나 완화할 방침이다.

'블랙 파우더' 등 중간 가공품을 '중간 가공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간 가공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는 기존에 폐기물재활용업의 규제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제조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중간 가공품이 수입 인허가 절차도 면제해 해외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들여와 원료를 재가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정부의 조치로 배터리 업계는 환호하는 모습이다. 현행법상 '사용 후 배터리'는 '폐기물'로 규정돼 있어, 핵심 소재(리튬⋅코발트⋅망간 등)를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폐기물 규정 땐 별도의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안전 설비 구축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등의 요인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리사이클 시장 확장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발 빨리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 규모는 2023년 108억달러(약 14조원), 2030년 424억달러(약 55조원), 2040년 2089억달러(약 27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발 빨리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뿐만 아니라 소재, 화학 기업들도 리사이클 사업에 진출을 선언,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화유코발트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화유코발트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 [ⓒLG에너지솔루션]

◆ 너도나도 시장 진출…경쟁 본격화=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1년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모기업 LG화학과 함께 600억원(양사 각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하고, 10년간 니켈 2만 톤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한 중국 광물 제련 기업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JV) 설립, 중국 장쑤성 난징시,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폐배터리 전처리 공장과 후처리 공장 형태로 설립한다.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Scrap), 수거된 폐배터리 등에서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한다. 목표 가동 시점은 내년 말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국내 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에 지분 투자를 단행, 독일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독일 튀링겐주 게라(Gera)시 크리츠슈비츠에 리사이클 공장을 설립,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간 전기차 6만대에 탑재된 2만톤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회수해 소재를 재활용한다. 양사는 4500만유로(640억원)에서 최대 7400만유로(105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SK온은 모기업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성일하이텍과 손잡고 배터리 재활용 상업공장 국내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동 목표는 오는 2025년이다.

이외 포스코홀딩스, LB세미콘,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관련 사업이 진출을 선언 라인 구축에 돌입한 상태다. 포스코스홀딩스는 GS에너지, 중국 화유코발트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상태며, LB세미콘은 120억원을 투자, 블랙파우더 생산 업체 LB리텍(옛 진성리텍)을 인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을 설립, 오는 2025년 하반기부터 연간 3000톤 규모의 원료를 처리, 리튬을 회수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번 규제 완화로 리사이클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폐기물로 지정돼 있는 탓에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라며 "안전 설비 구축에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보관 기간 등도 짧아 소재 가격 등이 떨어지기라도 할 때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모습이 그려졌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규제 완화로 신규 사업 진출에 있어서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가 지원 예산도 높게 잡은 만큼, 시장 규모가 더욱 빠르게 커지고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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