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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대해부]③ 가계통신비 대신 ‘가계디지털비’로…개념 재정립해야

백지영 기자

고물가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소용이 없다. 왜일까. 지난 10년간 통신 요금은 오히려 줄었는데, 스마트폰 가격과 구독서비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마른 수건을 짜 내듯 통신 요금을 낮추는 데만 골몰할 뿐이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계통신비가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과 괴리가 있는 이유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다양한 시각으로 가계통신비를 면밀히 분석해보고, 실질적인 통신비 경감 효과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언한다. <편집자 주>

[ⓒ 곽정호 호서대 교수]
[ⓒ 곽정호 호서대 교수]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최근 ‘통신지출’로 지칭하던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통신비에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뿐 아니라 스마트폰 단말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등 콘텐츠·플랫폼 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에 더 이상 순수한 ‘통신비’만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의 소비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식료품 ▲주류·담배 ▲의류·신발 ▲주거·수도·광열 ▲가정용품 ▲보건 ▲교통 ▲통신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기타상품·서비스 등 12개로 분류된다.

이중 ‘통신’ 지출에는 세부적으로 이동통신과 인터넷, 휴대폰, OTT 등의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휴대폰과 OTT 등 단말, 디지털 콘텐츠 이용료를 가계통신비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더군다나 디지털 콘텐츠 비용은 가계동향조사 중 오락·문화의 문화서비스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으나, 현재 통계 데이터 상 구분이 어려워 실제 금액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기기 역시 오락·문화를 구성하는 여러 통계 항목들 중 하나인 정보처리장치로 분류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통신비는 ‘통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발전 등을 고려해 기존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개념을 확장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곽정호 호서대 교수]
[ⓒ 곽정호 호서대 교수]

이를 위해선 증가하고 있는 단말과 콘텐츠·플랫폼 비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책 수립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곽정호 호서대 빅테이터 AI학과 교수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지난 10여년간 통신 요금은 20% 줄어든 반면 단말비용은 160%, 콘텐츠 이용료는 약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실제 ‘통신’ 비용은 2011년 79.7%에서 2022년 55.5%로 줄어든 반면 콘텐츠는 7.6%에서 16.2%로, 디지털기기 역시 12.2%에서 27.4%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실제 디지털 이용 형태 등을 고려한 가계디지털비 통계(COICOP-K 2019)로의 조속한 이행과 함께 통신요금 정책을 디지털비 정책으로, 통신요금감면제도를 디지털비용 부담완화제도로 바꿔 사고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국민들의 생활은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와 끊김없는 유무선 연결을 통해 대부분의 생활과 소비, 경험을 디지털 세상에서 영위하는 ‘디지털 라이프’로 변화됐다”며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가계통신비의 개념과 외연·구성을 ‘가계 디지털비용’으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에 더 나은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이용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통신정책도 한걸음 나아가 풍부한 디지털 라이프 영위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재정립돼야 한다”며 “통신서비스 요금에 국한된 현행 요금감면제도는 플랫폼과 콘텐츠, 단말 등 가계 디지털비용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비용 케어 제도로의 개편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급격히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플랫폼 서비스 비용과 함께 우리 사회의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과기정통부의 2022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인 대비 76.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의 2022년 국민문화예술 활동조사에서도 OTT와 같은 디지털서비스의 20대 이용률이 81.5%인데 비해, 60대는 25.2%, 70대 이상은 8.8%로 현저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의 인터넷 가능률은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인 반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디지털 기기 보유율은 일반인 대비 최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며 격차가 큰 상황이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는 “취약계층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함께 디지털 콘텐츠 이용까지 확장된 개념의 통신복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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