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년 적자' 애물단지로 전락하나… 車보험 손해율 악화에 손보사들 전전긍긍
-지난달 차보험 손해율 전달 대비 0.7%.p 상승
-누적 손해율도 전년 동월 대비 1.4%p 높아져
-손해율 상승세에도 당국 눈치에 보험료 인하 고심
-흑자낸지 불과 3년…업계 "보험료 인하는 시기상조"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코로나19 효과로 개선세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악화세로 돌아서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이 한동안 흑자 구간을 유지하면서 보험료 인하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개선세가 꺾이고 있는 만큼 또다시 자동차보험이 '만년 적자'였던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할까 우려한다.
2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 11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월말 기준 88.0%로 지난 7월말 87.3% 대비 0.7%p 상승했다.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대형사 중에선 손해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79.8%에서 82.8%로 3.0%p 올랐다.
이어 KB손해보험은 2.8%p 오른 80.8%를 나타냈다. DB손해보험은 2.1%p 상승한 80.0%, 현대해상은 2.0%p 오른 7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형보험사도 대부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했다.
하나손해보험이 93.4%에서 97.4%로 4%p 오르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는 78.4%에서 81.6%로 3.1%p 높아졌다. 한화손해보험은 2.4%p 상승한 86.1%를 기록했다. AXA손해보험은 86.5%에서 87.3%로 0.8%p 상승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 및 휴가철 교통량 증가에 따른 사고 증가로 전월 대비 손해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달 대비 3.6% 증가했다.
문제는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통량이 감소하면서 개선세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 다시 차량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악화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지난달 자동차보험 누적(1~8월) 손해율은 83.7%로 전년 동월 82.3% 보다 1.4%p 상승했다. 대형사 중에선 현대해상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증가폭이 대형사보다 더욱 두드러졌다.
보험사들이 바라보는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이다. 대형사들은 아직까진 적정 손해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의 경우엔 손해율이 100%를 훌쩍 넘는 경우도 있어 추가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MG손해보험의 지난달 누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4.3%, 하나손해보험과 흥국화재도 각각 90%가 넘는 손해율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그동안 손보사들에게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애물단지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액은 9조원에 달했으며, 매년 약 1조원에 손실을 입었다.
자동차보험이 손보사들에게 흑자를 안겨준 건 코로나가 확산한 3년정도에 불과하다.
손보사들은 향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달 추석연휴와 나들이철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사고건수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용근로자 임금상승과 주요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조정 반영 등으로 손해율이 지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하반기로 갈 수록 손해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아직 추가로 보험료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 "코로나와 제도개선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낮아졌던 건 맞지만 또다시 자동차보험이 적자상품으로 회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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