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연기 후…컬리 비용절감, 오아시스 외형확장 ‘고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각각 비용 절감과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양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올해 초 최종적으로 ‘상장 연기’를 선택했다. 향후 투자 시장 분위기가 회복됐을 때 원하는 기업가치에 맞춰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도록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적자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외형이 크게 확장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줬는데, 올해 최우선 순위는 수익성 개선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컬리는 IPO를 추진할 당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손실이 함께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약점으로 언급됐다.
올해 컬리 영업손실은 1분기 305억원, 2분기 472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40%, 31.6% 줄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77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206억원) 대비 약 36%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175억원으로 전년대비 1% 감소 수준에 그쳤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 5월 직원들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가 다방면으로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올해 초 유치한 투자 조건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 컬리는 지난 5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기존 투자자 앵커애퀴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200억원을 추가 조달받았다.
대신 올해도 컬리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경우 우선주와 보통주 전환비율을 1대1에서 1대1.84로 조정하기로 했다. 즉 컬리가 올해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컬리 기업가치가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컬리가 지난해 말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했지만, 올해 5월 추가 조달받을 당시 평가 받은 기업가치는 2조9000억원대로 하락했다.
컬리가 올해 흑자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800억원가량 이익을 내야 한다. 먼저 컬리는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판관비)를 작년대비 251억원 줄였다. 통상 이커머스 업계서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판관비 감소를 택한다.
경영효율화 일환으로 컬리는 최근 ‘헤이조이스’ 운영사 플래너리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컬리는 지난해 1월 플래너리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해왔다.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 1년8개월만에 이를 완전히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컬리 측은 “합병 후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새벽배송 권역을 세종으로 넓히는 한편 당일배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저녁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오아시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하다 투자심리 위축 탓에 올해 초 코스닥 입성을 철회한 바 있다.
오아시스 측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이 오면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 2018년 온라인 사업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11년 동안 연간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서도 흔치 않은 ‘흑자 기업’이라는 점이 IPO 추진 과정에서도 강점으로 여겨졌지만 외형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약점으로 언급됐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컬리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반면, 오아시스는 4200억원대에 그친다.
오아시스는 라이브커머스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KT알파 등 대기업과 협업해 신설법인 ‘오아시스알파’를 설립했다. 여기에 최근 배송 서비스 범위 확대와 당일배송 도입 여부를 검토하며 외형 확장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달 1일부터 충청권 새벽배송 권역을 세종으로 확대했다. 현재 세종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컬리가 대표적이다. 서울 수도권 외 세종에서도 컬리와 오아시스가 새벽배송으로 맞붙게 된 셈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서울을 시작으로 2021년 경기도 평택·안성·오산에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고, 같은해 아산·천안·청주 등 충청권으로 확대했다.
점차 늘어나는 당일배송 수요에도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세종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오아시스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저녁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와 경기도 성남시·용인시·하남시가 그 대상이다.
해당 지역에선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11시까지 물품을 배송해준다. 이는 오아시스가 기존 운영하던 주간 배송을 통폐합 한 것이다. 기존 주간배송은 하루 2회 주간배송을 운영해왔지만 직장인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합쳐 저녁 배송으로 개편한 것이다.
오아시스 측은 “주간배송도 시간을 조금씩 바꾸면서 수요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아직 당일배송이 새벽배송 만큼 수요가 확실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성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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