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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는 미-중 신경전…中, 주요 금속 수출제한 움직임에 국내 산업계 '긴장'

김보민 기자
[ⓒ AP 연합뉴스]
[ⓒ AP 연합뉴스]

-미국발 '중국 때리기'에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영향권…TSMC 창립자 "세계화 뒷전"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금속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주도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자 승기를 잡기 위해 주특기인 '자원'을 무기로 꺼내든 것이다.

중국이 금속 공급을 추가로 통제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외 업계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주요 산업의 세계화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성명에서 "국가 안보 수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핵심은 금속을 수출하기 전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중국 내 금속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상세 정보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앞서 중국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취하며 대중국 제재에 반격을 날린 바 있다.

이번 조치 또한 비슷한 취지로 시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상무부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안을 준비하고 있고, 경제 우호국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며 중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은 오는 9월부터 수출 제한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웨이퍼 [ⓒ TSMC]
반도체 웨이퍼 [ⓒ TSMC]

이같은 중국의 발표가 나오자 주요 산업은 긴장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국내 또한 금속 비축량을 점검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전기차, 통신, 방위,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관련 제품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되는 금속이다.

중국의 경우 두 금속의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영국의 필수광물정보센터(Critical Minerals Intelligence Centre)에 따르면 세계 갈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갈륨과 게르마늄은 특별히 희귀하거나 찾기 어려운 금속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두 금속을 저렴하게 공급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미-중 경쟁이 주요 산업의 생태계를 휘두를 뿐만 아니라, 기업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의 장중마오 창립자는 이날 한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산업의 세계화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화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리더십을 해치지 않는 조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것을 진정 세계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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