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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자금세탁 막기위한 가상화폐 '트래블룰'(Travel Rule) 제도, 어떻게 발전돼야할까

박기록 기자

<글> 백경진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사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가상화폐 '트래블룰(Travel Rule) ' 제도는 용어의 뜻 그대로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규정과 정책을 의미한다.

가상화폐는 전통적 화폐처럼 발행의 주체가 되는 중앙기관없이 분산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되므로, 가상화폐 이동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을 적용하여 2022년 3월 25일 특정금융정보법에 의거 국내에서도 도입됐다.

이러한 규제는 가상화폐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가상화폐가 사용되지 않게 방지하는 등의 효과를 가진다. 특히 금융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인 만큼 그 필요성과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실정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트래블룰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 국가에서 도입 시행 중이다.

다만 각 국가의 법규와 규정에 따라 규제의 방향과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규제하는 법규인 '미 국세청(IRS)'의 규정을 따르고 있으며, IRS는 가상화폐 거래를 어떻게 과세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시 해당 거래에 대해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해당 규정에 따라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된다.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법규인 '가상통화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률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라이선스 발급과 가상화폐 거래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해당 가상통화법에 따라 거래소의 라이선스를 취소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3월 '가상자산의 이용약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었고, 이 규정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규정을 포함하고, 특히 KYC(고객신원확인)와 AML(자금 세탁 방지)의 준수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가상화폐 보호를 위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일정 부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인 2022년 하반기 암호화폐 거래소의 암호화폐 외부 출고액은 30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트래블룰이 적용된 대상은 7조 5000억 원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하였다. 거래된 암호화폐의 25%만 트래블룰을 적용 받았고 전체의 65% 수준인 19조 9000억 원은 해외 송금됐으며, 1조 7000억 원은 개인의 지갑으로 옮겨졌다.

또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1회 100만 원 미만 출고된 금액은 1조 5000억 원, 전체의 5%는 이동 출처를 알 수 없었다.

가상화폐의 거래 투명성과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트래블룰이 외부 출고액 전체의 25%에만 적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트래블룰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사업자가 타 사업자에게 원화 100만 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송금(이전)할 때 송수신 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국내 현행 규정상 사업자 간의 거래의 대해서만 트래블룰이 적용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즉, 해외 사업자나 개인 거래에 대해서는 송수신 인이 같다고 보고 거래소의 자체적인 본인 인증을 거쳐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사전 등록하였으면 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해 외부 이전이 가능하여 지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러한 점들이 가상화폐 거래 시 해당 가상화폐가 누구에게서 오고 누구에게로 가는지 파악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과 금융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트래블룰’ 제도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보완점과 발전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현재 국내의 트래블룰 규제받는 거래 조건인 '1회 100만 원 이상'의 내용부터 살펴보면, 해당 규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1회 100만 원 미만의 외부 송금 건은 257만 건으로 전체(약 329만 건)의 68%에 달하고 있다.

이는 해당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금액 쪼개기 송금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거래로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실제로 해당 사례를 적발했다는 점이다. 이른 새벽 시간마다 1회 99만 원 이하로 나눈 다수 동일인 거래를 조사해보니 1929년생, 94세 노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의 명의를 도용한 차명 거래였다.

이처럼 시행 중인 트래블룰 제도 자체에도 빈틈이 존재하지만, 가상화폐 업계 내부에도 한계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거래의 송수신 정보를 공유하려면 각 거래소의 정보 연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도입 당초에 주요 암호화폐 업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공동으로 트래블룰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하였으나 업비트가 해당 개발에서 이탈하면서 현재는 업비트는 별도의 ‘베리파이 바스프(VV)’를 운영하고, 빗썸, 코인원, 코빗이 공동으로 ‘코드’(CODE)라는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아닌 암호화폐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 지갑 사업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동이 되지 않으면 거래하는 고객이 이탈하는 주요 사유가 되기 때문에 고객을 잡기 위해 두 솔루션을 함께 이용하는 사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업비트가 베리 파이 바스프가 서비스 유료화를 단행하면서 중소 사업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문제점이 있다.

트래블룰 솔루션업체인 코드에 따르면 최근 트래블룰 적용 1주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월과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출금 건수를 비교한 결과 국내 거래소의 출금 건수가 53% 감소할 때 글로벌 거래소 등 전체 거래소는 21%만 감소하는 데 그쳤다면서 국내 거래소의 위축된 모습이 대조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트래블룰 시행 이후에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 고객과 거래 쏠림 현상이 관측됐다고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만 시행되는 트래블룰의 도입 목적에 비하여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직 규제받지 않는 해외로 돌려버리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현재 트래블룰의 규제 대상인 100만 원 한도에 대해서 별도의 금액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국은 규제에 강화를 위하여 별도의 금액 기준을 제시하면, 이도 마찬가지로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규제를 피해 가려는 거래 시도가 반복될 것이라는 논리 에서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암호화폐 사업자들의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도입되어 시행 1주년을 맞은 트래블룰의 한계점과 발전 방향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의 미약함과 개선된 규제 마련

현재 적용되는 규제의 미약함이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금융 범죄에 취약하게 만든다. 또한, 규제의 미약함은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투기적 거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 확인과 같은 KYC(Know Your Customer) 정책을 시행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며, 거래 내용에 대한 보고 및 감시도 강화되고 있는 것처럼 강력한 규제 강화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전성을 높이고, 금융 범죄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외국 규제와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국제적 협력 프로세스 구축

대한민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외국의 규제와 여러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규제의 차이는 국제적인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가상화폐 거래의 글로벌한 발전을 제한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국내외 규제의 불일치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외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거래의 투명성을 제한하기 때문에 제도와 규정을 외국 규제와 큰 부분에서 일정하게 일치되도록 보완하여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글로벌한 발전을 촉진하는 글로벌 협력 프로세스를 구축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법적 불명확성을 해소하여 안정성을 제고

국내의 가상화폐 관련 법규는 외국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법적 불명확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명확성은 가상화폐 거래소나 사용자가 법적으로 어떠한 조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또한, 이러한 법적 불명확성은 법적 분쟁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가상화폐 시장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관련 법규와 규제를 지속해 보완하고,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 해소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정인 운영관리 및 감독을 하여야 한다.

넷째, 혁신성 제한을 넘어 혁신적인 가상화폐 금융 서비스로 발전

대한민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기존 전통적 금융 시장과는 다르게 새로운 혁신적 시장에 대한 제한적인 인식이 분명하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 금융 시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금융 위험성과 보안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가상화폐 시장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의 발전을 촉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를 이용한 P2P(Peer-to-Peer) 대출 서비스와 스마트 계약처럼 기존 금융 시장에서 제공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생체인식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하는 신기술 도입을 통하여 가상화폐 거래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하여 트래블룰 제도 뿐만 아니라 특금법 등 전방위적인 법과 가상화폐 시장, 감독기관의 역할을 보완하여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적인 운영과 이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서 글로벌 선도자 역할을 하는 국가로의 발전을 기대한다. <끝>

*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 본 기고문은 <디지털데일리>가 매년 7월초 발행하는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특별호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것으로 책의 최종 내용과 편집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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