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수율 공개 꺼렸지만 AMPC 기대감 높여…올해 9000억원 수혜 [소부장박대리]
- 헝가리, 중국 공장 수율 개선은 순조로워... 미국 공장은 일부 정체
- 올해 AMPC 수혜 예상액 최소 6000억원, 최대 9000억원 전망
- 포드 배터리 화재 사건 대비 충당금 약 700억원 영업손실에 반영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SK온이 수율 공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수혜에 따른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이 4일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배터리 부문인 SK온 매출은 3조3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3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2734억원보다 적자폭이 증가했다.
SK온은 지난해 총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중국, 헝가리 등 해외 배터리 생산 거점에 대한 신·증설 투자를 대대적으로 이어가는 과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특히 경쟁 배터리 제조사들이 지난해 ‘흑자파티’를 벌인 것과 대조되면서 시장의 눈길은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에 쏠려 있다. 이에 SK온은 앞서 2023년 에비타(EBITA,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전환,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예상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우선 관건은 수율 개선이다. 수율은 공장에서 제조하는 제품의 양품 비율을 말한다. 공장을 완공하고 양산을 시작해도 수율이 낮으면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 통상 수율이 90% 이상 되어야 정상 범주로 판단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헝가리 2공장, 미국 공장은 아직 그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개선하는데 적잖은 초기 비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경우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헝가리 법인과 미국 법인이 각각 -4608억원, -319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SK온의 수주잔고는 2022년말 기준 약 290조원으로 충분한 가운데, 헝가리 이반차 2공장과 미국 조지아 1~2공장 수율 개선이 이를 해소할 열쇠로 꼽힌다.
SK온도 그간 수율 개선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공표해왔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경훈 SK온 CFO(최고재무책임자) “중국, 헝가리 법인은 1분기에 목표보다 수율이 개선됐지만 미국 법인은 올해 초 공장가동 중단 이슈(포드 배터리 화재) 생산성 제고에 차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공장이 3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해 이후 수율 개선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2분기부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수율) 목표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율 개선을 최우선으로 공언하면서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고 있는 점은 SK온의 흑자전환 목표를 두고 일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대신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AMPC 수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한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예상치를 내놨다.
AMPC는 미국 정부가 올해 1월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용 배터리 셀 1kWh당 35달러, 배터리 모듈까지 생산할 시 최대 45달러의 현금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앞서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 영업이익 6332억원에 AMPC 예상 이익 1003억원을 반영하면서 AMPC 수혜 효과가 기업 수익성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SK온은 1분기 실적에 AMPC를 반영하지 않았다. 아직 AMPC 세부지침이 명확히 공개(6월 예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 CFO는 “향후 세칙이 확정되면 2분기 이후 영업이익에 소급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AMPC 예상 이익을 묻는 질문에는 “판매량을 근거로 10~15GWh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를 모듈 생산 기준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 적용 기준으로 환산하면 4억5000만달러~6억7500만달러(약 6000억원~9000억원) 규모가 된다.
이와 함께 김 CFO는 2025년 이후 SK온이 포드, 현대자동차와 설립하는 JV가 총 180GWh 규모로 운영될 경우 AMPC 수혜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해 SK온은 현재 미국 켄터키주에 포드와 JV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현대차와 미국 조지아에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감안한 SK온의 예상 설비투자(CAPEX, 케펙스) 규모는 10조원 규모다. 적자 상황에서 관련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따르지만, SK온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양섭 SK온 재무부문장은 “자금 조달은 정책자금을 비롯해 금융 파트너와 협력한 에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e, 주식 기반 자금조달법) 등으로 조달 중이며 SK온이 실제 부담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2025년까지는 설비투자에 총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컨콜에서는 SK온이 포드 배터리 화재 사건 대응을 위한 충당금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됐다. SK온은 올해 2월9일 2022년 영업손실로 9조9113억원을 공시했으나, 3월22일 사업보고서에서는 1조726억원으로 정정했다.
이와 관련해 “4분기 영업이익 변화 이유”를 묻는 애널리스트 질문에 진선미 SK온 기획담당은 “지난 실적 설명회 이후 발생한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결산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며 “당시 포드와 관련된 (배터리) 화재 사건이 발생했고, SK온이 배상해야 하는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일부를 2022년도 생산 물량에 대한 충당금으로 설정하며 영업이익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이것이 포드에 대한 배상금 성격은 아니란 입장이다. 충당금은 사건의 다각적인 해결을 위해 보수적으로 준비해두는 장부상 금액이다. 실제 포드에 지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SK온은 충당금의 구체적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조정된 영업이익을 반영할 때 약 700~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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