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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작년 실적 보니…직매입·버티컬 ‘대세’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21일 티몬을 마지막으로 주요 이커머스 업체 지난해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실적을 비교한 결과 이커머스 업계 희비는 극명했다. 종합몰 가운데선 유일하게 쿠팡이 영업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는데, 그 규모도 1조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반면 위메프·티몬은 매출마저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컬리·무신사·오늘의집 등 특정 분야를 특화해 판매하는 버티컬 업체들이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투자와 마케팅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지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하긴 했지만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서도 매출이 전년대비 20~50% 큰 폭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이같은 흐름에 주요 종합몰도 수익성 개선 기조와 함께 버티컬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 쿠팡, 올해 흑자전환?...이커머스는 ‘수익성 개선 중’=지난해 실적을 통해 반전을 준 기업은 쿠팡이다. 코로나19 수혜가 끝나고 시장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상황에서도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으며 업계 판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쿠팡 지난해 매출은 한화기준 26조5917억원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신세계·롯데 등 ‘전통 유통강자’들과 견주는 수준이다.

국내 주요 종합몰 가운데 적자 폭을 줄인 건 쿠팡이 유일하다. 더 유의미한 점은 영업적자 감소 폭이다. 쿠팡 지난해 영업적자는 144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2% 줄었다. 지난해 3, 4분기 1000억원대 흑자를 낸 쿠팡은 올해 연간 흑자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올해 온라인 시장 내 24%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연간 영업이익은 2847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쿠팡이 이커머스를 넘어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 전체를 목표로 점유율 확대를 예고하면서 신세계·롯데그룹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SSG닷컴(+지마켓), 롯데온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SSG닷컴·롯데온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6.8% 증가하며 두자릿수 성장에 성공했지만 적자 폭은 33억원 확대됐다. 롯데온은 매출 1130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영업손실은 1560억원으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온은 거버넌스 통합 효과를 제외하면 400억원 이상 적자 폭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 11번가·위메프·티몬, 늘어난 적자...성장동력 마련 분주=주요 이커머스 전년대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곳은 11번가와 티몬이다. 두 회사는 모두 전년대비 영업손실이 2배가량 늘었다. 단 매출 측면에선 11번가와 티몬·위메프가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7890억원으로 전년대비 41% 늘었다. 실상 쿠팡(26%)이나 SSG닷컴(16.8%)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상품 판매 증가와 함께 11번가가 직매입 상품 비중을 높인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마켓은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책정하지만 직매입의 경우 상품 판매액 전체가 매출로 집계된다.

다른 종합몰 성장세를 비교해보면 오픈마켓(티몬·위메프·롯데온)보다 직매입 중심 플랫폼(쿠팡·SSG닷컴) 성장세가 더 높은 편이다. 11번가는 빠른배송인 ‘슈팅배송’ 등 신규 비즈니스 출시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발생하며 적자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큐텐에 인수된 위메프와 티몬은 나란히 역성장했다. 양사는 전년대비 영업손실이 크게 늘었는데,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 중 유일하게 매출마저 감소했다. 작년 여행·공연 수요가 살아났음에도 불구 매출이 줄어든 건 뼈아픈 부진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 1701억원으로 전년대비 27.5% 감소, 티몬은 1204억원으로 6% 줄었다. 영업손실의 경우 위메프는 539억원으로 전년대비 60.7% 증가, 티몬은 1526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늘었다. 위메프는 직매입 비중을 축소했고 최저 수준 정률수수료를 운영하며 매출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티몬은 지난해 콘텐츠 커머스 투자와 함께 대주주가 변경되며 비용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양사는 큐텐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앞서 인수된 티몬이 큐텐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와 협업하며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위메프 역시 조직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 ‘신흥강자’ 버티컬 플랫폼, 엔데믹 전환 속 매출 ‘껑충’=코로나19 기간 대다수 업체들이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며 외형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엔데믹 전환이 시작된 지난해엔 그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했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무리한 마케팅을 멈추로 수익성 개선 기조로 돌아선 이유다. 자연스레 매출 증가세도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버티컬 플랫폼 업체들은 달랐다. 많게는 여전히 1년 만에 매출 성장률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가령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은 지난해 매출 1864억원으로 전년대비 59% 늘었고, 영업손실 23억원으로 같은 기간대비 6% 감소했다. 무신사 매출은 7083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성장했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매출은 2조372억원, 4272억원인데 전년대비 각각 30.5%, 20% 증가했다.

물론 오늘의집을 제외하곤 컬리는 전년대비 영업손실이 2335억원으로 전년대비 7% 증가했다. 무신사와 오아시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32억원과 48억원으로, 전년대비 95%, 15% 감소했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과정인 만큼 신사업과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온라인 시장 약세 속에서 큰 성장세를 이어간 건 고무적이다.

장보기·패션·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온라인 신흥강자로 떠오르자 종합몰 역시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SSG닷컴은 장보기·라이프스타일을 각각 다른 콘셉트로 운영하고, 롯데온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11번가는 명품 전문관을 시작으로 신선식품관도 준비 중이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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