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해외명품 수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여전히 높은 인기를 이어가는 듯 하지만 올해 이 성장세마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화점 개장 전 줄을 서 구매하던 ‘오픈런’ 현상이 주춤해졌고,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명품 전문 플랫폼은 올해 사용자 수도 전년대비 급감했다.
일부 플랫폼은 지난해 투자유치에 성공하긴 했지만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백화점을 통해 명품 판매 경험을 쌓아온 롯데온과 SSG닷컴, 11번까지 종합몰들도 명품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환불 보장, 디지털 보증제 등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책 역시 비슷해 명품 전문 플랫폼만의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 경쟁사 증가하자 명품 플랫폼 머·트·발 MAU 급감=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한 주요 명품 커머스앱 3사(머스트잇·트렌비·발란) 사용자 수가 최근 감소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트렌비 72만명, 발란 58만명, 머스트잇 29만명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 1~2월 평균 MAU는 각각 35만명, 36만명, 18만명 정도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비슷한 흐름은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사용자 수 대비 올해 1월 사용자 수를 비교한 결과 트렌비는 48만명에서 34만명, 발란은 43만명에서 25만명, 머스트잇은 23만명에서 16만명으로 감소했다.
와이즈앱 측은 “지난 4월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높아지고,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한 이커머스 플랫폼 등 온라인 명품 쇼핑 선택지가 다양해지며 사용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명품 카테고리다. 상품 단위가 클 뿐 아니라 마진율이 높아 거래액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전날 11번가는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를 열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플랫폼 롯데온과 SSG닷컴도 이미 각각 ‘온앤더럭셔리’와 ‘SSG럭셔리’ 전문관에서 백화점·면세점 상품을 취급한다.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소비둔화 및 해외여행 본격화로 예전만큼 시장이 활황이지는 않지만 현재를 내실 강화를 위한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대대적 TV 마케팅을 진행하던 전년대비 신규 이용자 수는 감소했지만 기존 고객 이용자 수 및 거래액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머트발 ‘내실 다지기’...가격경쟁력 승부=유통공룡과 대형 종합몰 사이에서 명품 전문 버티컬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중요해졌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 3사는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명품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은 온라인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트렌비와 발란은 지난해 각각 250억원, 35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신사업 투자보단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업계 전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트렌비와 머스트잇은 입점업체에 받는 수수료율을 인상, 발란은 광고비 및 할인쿠폰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 연이은 ‘가품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등 홍역을 겪은 발란은 빠른 배송인 발란 익스프레스와, 반품비 상한제, 발란 케어 등 소비자 신뢰를 쌓는데 열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명품 유통업체 검증제도도 기준을 높였다. 특히 개인화 추천과 최저가격 비교 기능 탑재, 오프라인 매장 개설로 재구매율을 기존 45%에서 60%로 끌어올렸다.
트렌비는 직접 검수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한편, 개인간거래(C2C) 서비스에 힘준다. 사용자들이 새 상품과 중고 상품을 함께 비교하고 싶어하는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상품 탐색 과정과 주문, 배송, 사후관리까지 사용자 편의에 집중했다. 트렌비 측은 “MZ세대 사이 중고 명품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리세일(리셀·중고) 시장에 힘을 싣기에 적기라고 본다”고 답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플랫폼 내 ‘매거진’ 기능을 개편,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신명품을 소개하는 ‘머스트 필앤필’ 프로젝트에 선정된 브랜드 대상으로 화보 제작과 기획전을 진행한다. 충성고객을 위한 VIP 멤버십을 운영해 등급에 따라 독점몰, 클리닝 서비스 등 혜택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품 3사가 1조3000억원, 백화점 온라인몰이 1조, 다른 오픈마켓에서 1조 정도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