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로켓배송’을 앞세워 성장한 쿠팡이 연간 흑자 가능성을 내비치며 전체 유통시장에서 경쟁을 예고했다. 그간 이커머스 업계 강자였던 쿠팡은 경계를 넘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운다는 목표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이마트·신세계, 롯데쇼핑과 함께 ‘빅3’로 발돋움한 셈이다.
과거 위메프·티몬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불리며 치열한 경쟁을 하던 쿠팡은 어떻게 10여년 만에 국내 유통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을까. 상품·가격 중심이던 온라인 시장에 빠른 배송이라는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온라인몰 구매 고객이 기본으로 삼는 가격과 상품군도 놓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에서 배송 혁신으로…“국내 무대 아직 넓다”=국내 유통시장은 여전히 성장 추세며 독과점 기업도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 규모다. 지난해 유통기업 실적 기준으로 점유율 비중을 보면 면세점 제외 신세계그룹(5.1%), 쿠팡(4.4%), 롯데(2.5%) 순으로, 3개사를 합해도 10%가 조금 넘는다.
유로모니터는 2026년까지 국내 유통시장 규모가 7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즉 유통시장은 아직까지 포화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엔데믹 시대를 맞은 쿠팡이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2010년 쿠팡은 티몬·위메프와 같은 해 출범했다. 초창기 쿠팡 이름에서처럼 처음엔 쿠폰을 판매하다,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소셜커머스로 옮겨왔다. 소셜커머스 성장세는 무서웠지만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적자규모가 커졌다.
쿠팡이 사업모델을 본질적으로 바꾼 건 2014년이다. 차별화 전략으로 직매입 모델 로켓배송을 선보였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현재 전국 30개 지역, 100여개 이상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상품 구색과 최저가 위주로만 경쟁하던 온라인 유통시장에 빠른 배송이라는 기존에 없던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쇼핑을 하는 고객들의 ‘습관’을 바꾸는 혁신을 가져왔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분기 흑자 체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건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전략을 수정하던 중 물류 중심 투자에 키를 잡았기 때문”이라며 “유료 멤버십도 멀티 플랫폼이나 구독 시장이 발전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해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 로켓배송으로 ‘즉시성’ 격차 줄이고 수백만 상품 구색 강점=로켓배송은 출범 10년만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쿠팡 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연간 영업적자를 전년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인 요인으론 ‘자동화 기술’ 투자가 있었다. 쿠팡에서 자동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풀필먼트센터는 나머지 네트워크(물류센터 등) 대비 2배 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물류 인프라 투자로 인해 쿠팡은 2021년까지 누적적자가 무려 6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하며 전국단위 물류 인프라는 쿠팡의 명실상부한 경쟁력이 됐다. 쿠팡 물류망은 지난해 말 기준 132만평(4700만제곱피트)으로 전년 70만평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인구 70%는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인 ‘쿠세권’에 살고 있다.
쿠팡이 오프라인 중심인 국내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역시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령 대형마트나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즉시성’이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선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면 바로 손에 쥐고 매장을 나설 수 있다.
신선식품 영역만 봐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산지직송’이 떠오르고 있다. 쿠팡은 주문하면 바로 도착하는 로켓배송 시스템을 통해 즉시성의 간격을 크게 줄인 셈이다. 여기에 상품 구색과 가격이라는 ‘기본’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진열대가 제한돼있어 주요 카테고리 상품 중심으로 선택해야 하지만 온라인 기반인 쿠팡은 적재공간 제한이 없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로켓배송 상품은 수백만개에 달하지만 아직 포함되지 않은 상품들이 훨씬 많다”며 “상품군 확대는 여전히 초기 단계로, 다양 인기 제품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쿠팡에서 상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충성고객 또한 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은 1100만명으로 전년대비 200만명 늘었다. 또 2018년 처음 쿠팡을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코호트) 구매 금액은 쿠팡 이용 2년차에 1.66배, 4년차에 3.59배, 5년 차에 4.74배로 늘었다. 쿠팡 가입 첫해보다 매년 갈수록 소비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 신세계·롯데, 오프라인 회복세…온·오프 무한경쟁=물론 기존 유통기업들이 연간 수천억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쿠팡이 넘어서야 할 과제도 크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전통 유통기업들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변화하는 시장 대응을 위해 온라인에 투자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점차 온라인에 투자하며 ‘온·오프라인 융합’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을 연계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연내 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까지 통합하는 유료 멤버십을 도입한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고객을 생태계 안에 유입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2025년까지 전국 대형 피킹&패킹 센터를 7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동화 물류 시설을 각 점포 거점에 도입한다. 온라인 장보기 배송 물량을 3배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함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국 물류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 첨단 물류센터를 짓고 오카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도 뷰티·명품·패션 등 주요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동일 교수는 “쿠팡과 전통 유통기업과의 경쟁에서 누가 우위에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쿠팡이 퓨어 플레이(순수 온라인업체)로서 강점을 고수할지,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운영하듯 하이브리드 채널로 전환할지에 따라 확장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