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형벌이야" 모멸감에 이용자 극단 선택... 유명 유머 커뮤니티 '시끌'[e라이프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가해지는 무차별 비방 및 비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않은 가운데 인격권 보호 필요성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국내 유명 유머 커뮤니티인 '웃긴대학'(이하 웃대)이 이용자 사망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한 이용자가 '웃대'를 통해 디저트 카페에 취업했다가 카페 점주가 자신을 조롱하는 글을 웃대에 올린 것을 나중에 알게 됐고, 결국 이 이용자가 인격적 모멸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용자가 "사건 이후 사과 한마디 없이 연락을 끊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몇몇 웃대 회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용자의 신상 털기에 나섰다. 이와함께 일각에선 사건 근본적 원인이 운영진의 '친목질' 방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커뮤니티 지인'서 '사장-직원'으로... 잘못된 만남의 시작
3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웃대 이용자 A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건 지난 2월 초다. 웃대에 유머 글과 일상 게시물을 주로 올렸던 A씨는 지난해 웃대에서 처음 만난 B씨의 디저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B씨는 이른바 '네임드(유명)' 회원으로, 웃대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정리해보면 '커뮤니티 지인'에서 '사장-직원'으로 바뀐 두 사람의 관계는 얼마 안 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사장인 B씨는 업무 중 실수가 잦은 A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A씨의 카톡 내용을 B씨가 본 뒤 둘 사이가 크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친구 C씨에게 자신의 카페를 '군부대'에 빗대고, 수습이란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을 하소연하는 모습에 B씨가 괘씸함을 느낀 것이다.
이후 B씨는 A씨임을 공개하지 않고 A씨의 업무 태도에 대한 글 등을 웃대에 올렸다. 결정타는 지난 2월 5일 글이었다.
B씨가 'A씨가 착하지만 일을 못 해 짜증이 난다'는 취지의 글을 웃대에 올렸고, 댓글로 A씨를 향한 조롱과 비아냥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글을 A씨가 보게 됐다.
A씨는 원래 쓰던 계정을 없애고, 새 계정을 만들어 이틀 뒤인 7일 웃대에 글을 올렸다.
A씨는 뒷담화 논란 등에 억울함을 드러내며 "댓글을 보고 나서 참 생각이 많았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구나를 너무 잘 깨닫게 됐다. 내가 너무 한심하다"고 적었다. 그가 새 계정으로 올린 마지막 글의 제목은 '다들 고마웠어요 웃대'였다.
◆ "내 상황이 업보라면, 너는 내 형벌" 폭언, 인신공격 발언
A씨의 비보는 지난 2월 28일 웃대에 A씨의 유족이 직접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유족은 A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든 계정으로 글을 올리고 "B씨에게 사과받길 바랐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언성을 높이고, 연락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고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A씨와 B씨가 나눈 카톡 내용 등을 공개했다.
카톡에서 B씨는 "너 전 여친이 불쌍하다", "그 정도로 멍청하면 어떡하냐", "지금 내 상황이 업보라면, 너는 내 형벌", "가정 교육 덜 배웠냐", "병XXX" 등 폭언과 함께 A씨를 몰아붙였다.
"우울함을 방패로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지능 딸리는 얘기하지 마라"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A씨는 생전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유족은 "A씨가 사망 전 직접 캡처해서 사진첩에 저장한 것"이라며 "이게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에게 할 소리냐.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렇게 저장했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사장인 B씨를 언급하며 "저렇게 욕한 게 뭐가 부족해서 웃대에 글을 올려 조리돌림하셨냐"며 "저 글만 아니었어도, 나는 동생과 평범하게 카톡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그러면서 "일 더 크게 만들기 싫으면 글을 지우거나, (계정을) 차단하지 말라"고 웃대 운영진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씨 사망 직후 유족은 웃대에 글을 올려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글이 삭제됐다고 한다.
웃대는 2021년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관련 글을 삭제해 '천안문 대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일각에선 '운영진 책임론'도... "친목 행위 방치한 게 문제"
B씨의 디저트 카페는 3일 기준 구글에서 가게 정보가 삭제된 상태다. 웃대 회원들의 '별점 테러'가 이어지자 지운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사망 소식이 다른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일부 네티즌은 B씨를 향한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했다. B씨는 논란 이후 카페 인스타그램, 개인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상태로 알려졌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운영진의 친목 행위 방치'를 꼽았다.
한 에펨코리아 이용자는 "친목질(친목 행위)은 끼리끼리 고인물만 만들고, 신규 유입 회원들을 소외시켜 망하기 딱 좋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친목 행위, 네임드화가 커뮤니티를 망친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A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 댓글을 달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한 웃대 회원은 "너무 착해서 이곳에서는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며 "부디 천국에서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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