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신한은행 지난 5일 국내 금융권 최초로 국제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3’에 참가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소개했다. ‘시나몬’은 은행 시스템과 직접 연계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국내 금융권에 적용되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클라우드 위에 금융권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환경을 별도 구축한 서비스로 은행이 보유한 다른 플랫폼 서비스와 금융 데이터의 연계를 전제로 기획됐다.
하나금융그룹도 CES 참관을 통해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의 시대 속에서 글로벌 디지털 트렌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룹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 함양에 나섰다. 특히, ‘CES 2023’에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그룹 내 관계사에서 선발된 약 20여 명의 젊은 책임자들이 함께 참관했다.
◆빅블러 시대, 금융사들 디지털 전략에 관심=금융사들의 CES 참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전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모바일 행사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주로 참여, 참관하던 금융사들이 이제 본격적인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견문을 넓히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에 대한 금융사들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빅블러’ 시대에 금융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가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지었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정면승부의 한 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환경이 녹록치는 않다.
경기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는 금융사들의 특성상 올해 예상되는 시장 불황은 고민거리다. 특히 기업의 건전성 확보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내부통제와 투자 위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종산업의 금융권 침투에 대해 방어해야 하는 수성의 전략을 세우는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이미 은행연합회 김광수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러한 금융권의 올해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토로한바 있다. 그는 “빅블러 시대의 금융·비금융 산업간 융합 확대는 금융산업 혁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디지털 혁신은 금융회사에게 일상적인 일이 되었으며, 데이터와 알고리즘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데이터리즘(Datarithm)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는 빅테크와 핀테크가 금융시장의 어엿한 플레이어로 안착하는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더욱 다채로운 상품을 출시하며 기존 은행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또한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한 단계 높이는 한편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직개편으로 본 금융 디지털 기상도는?=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도 이러한 올해 시장 상황이 여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방점은 내부통제와 디지털 전환, 그리고 플랫폼 금융 구현에 맞춰졌다. 경기 불황을 상정한 상황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조직기강 및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금융 강화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에 ‘고객경험디자인센터’, IT총괄(CITO) 산하에 ‘테크혁신센터’ 등 전문가 조직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정보기술(IT) 분야의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보다 빠르고 안전하고 간편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KB금융은 기존 IT총괄 산하의 데이터본부를 ‘데이터총괄(CDO)’로 격상하고 데이터총괄 산하에 ‘금융AI센터’를 이동·편제시켰다. KB국민은행도 상품부서(수신상품부·개인여신부 등)를 플랫폼 조직으로 전환해 상품 개발자와 정보기술(IT) 인력 간의 유기적 협업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내부통제를 강조하기 위해 대외 컴플라이언스 정책과 연계된 내부통제 관리체계 혁신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디지털 전환의 지속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디지털사업을 추진하는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 이노베이션 그룹으로 확대 재편했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 그룹은 KT, 더존비즈온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에 기반한 혁신을 통해 실질적 디지털 전환과 성과 창출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금융 혁신(Digital), 글로벌 위상 제고(Global), 본업 경쟁력 강화(Biz)라는 3대 조직 전략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으며 우리은행은 뱅킹 앱인 '우리WON뱅킹'을 새롭게 재구축하기 위해 '뉴WON추진부'를 신설했다. 기존 뱅킹앱 재구축 준비 조직을 상설 부서로 확대 재편해 우리WON뱅킹 재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환경(UI)과 이용자경험(UX)을 총괄하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도 디지털전략그룹 아래에 신설한다. 여러 부서가 나눠 담당하던 UI·UX 업무를 고객경험디자인센터로 한데 모은 것이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전환과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전환(DT) 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DT부문을 신설했다. 기존 애자일 조직으로 별도 운영하던 조직을 각 부서 내 팀으로 전환하고 DT부문에서 이를 총괄하도록 했다. 여기에 IT부문 내 전문성 강화를 위해 IT투자금융단을 신설했다.
DGB금융그룹은 '경영 전략 역량 결집', '디지털 전환(DT) 실행력 강화', '위기 대응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다.
부산은행은 최근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기존 ‘디지털금융본부’ 내 ‘언택트영업부’를 ‘고객지원본부’로 편제를 조정해 비대면뿐만 아니라 대면 영업도 포괄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