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심심한 사과’, 디지털 문해력 문제도 심각하다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MZ 세대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논의와 함께 30일 교육부는 2024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국어 과목에서 기초 문해력 교육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논란은 문해력에 대한 세대간의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될 수 있는 사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텍스트 해석에 대한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해력’ 부족이라는 문제에도 봉착해 있다.

디지털 문해력에 대해 미국의 미디어 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으로 설명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 세대의 디지털 생산도구이자 소비도구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아직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취약한 노년층 외에도 30, 40대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 활용법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도 은행 거래를 지점을 방문해 처리한다. 스마트폰을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만 활용한다. 그 외에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 이외에는 다른 앱을 깔아본 적도, 회원가입을 해 본적도 없는 부류다.

이번에 만난 관계자는 주로 시장이나 노점상 등 소상공인의 금융 편의성을 도와주는 앱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QR코드를 통해 결제를 가능하게 하거나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고 계좌로 현금을 입금할 때 이를 ‘소리’로 알려주는 앱이다. 처음에는 앱을 홍보하고 소상공인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점차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이들이 스마트폰에 앱을 까는 과정 자체를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통상 앱을 설치할 때 권한 설정이나 동의 등의 메뉴가 나오면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약관이나 조건 등을 읽고 ‘동의’나 ‘수락’ 버튼을 누른다. 이 과정에서 특정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기능을 허용하고 나서 원래 설치하려던 앱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뒤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원래 앱으로 돌아가서 설치를 마무리’ 하라는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뒤로 버튼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한다. 때문에 앱 설치는 이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콕’ 누르거나 ‘꾹’ 누르는 것의 차이에 대한 경험도 새로웠다고 한다. 고객의 문의가 오면 전화로 설명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동의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설명하면 “약관만 나온다”라는 반응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동의나 허가를 의미하는 문구가 보통 다른 색깔로 강조되거나 밑줄이 쳐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앱을 깔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를 강하게 누른다고 한다. 그러면 보통 해당 버튼이나 문구를 눌렀을 때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지 안내해주는 약관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앱을 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마침 이 관계자와 만나고 있을 때 한 소상공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앱을 깔고 싶은데 어렵다는 것이었다. 2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이 관계자가 내놓은 해법은 “옆에 젊은 사람 있으며 바꿔주세요”였다.

이 관계자는 뉴스로 회자되는 ‘스미싱’ 등의 해킹과 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을 스마트폰 활용에서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보다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이 단말 제조사 단에서 고민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능 허용’ 후에 자동으로 복귀시키는 기능 등 사용자 입장에서 보다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은 최근 들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러한 디지털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회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움직임과 동떨어진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 계몽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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