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MNO) 시장에서 만년 2·3등인 KT와 LG유플러스가 알뜰폰(MVNO) 시장에서 1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LG유플러스가 중소 사업자들과의 상생을 기치로 알뜰폰 시장을 주도해왔다면, 최근에는 KT 역시 자사 알뜰폰 망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는데요. 이들의 알뜰폰 주도권 싸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KT는 23개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 가입이 가능한 ‘바로유심’을 지난 18일 출시했습니다. KT 고객이든 KT 알뜰폰 고객이든 구분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심으로, 전국 이마트24 편의점에서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바로유심 구매 고객은 KT 알뜰폰 사업자의 ‘셀프개통’ 서비스로 고객센터를 거치지 않고 즉시 개통 가능한 점이 특징입니다.
KT는 지난달 말 통신3사 최초 알뜰폰 통합 고객서비스(CS) 채널 ‘마이알뜰폰’도 열었습니다. 프리텔레콤·유니컴즈·엠모바일·스카이라이프 등 총 24개 알뜰폰 사업자가 참여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가입회선 정보 조회·사용량 및 요금 조회·분실 신고 등이 가능합니다. 알뜰폰 고객들의 고객센터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상생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유심 주문접수·배송 및 유심 입점 제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위해 바로유심을 출시하고, 또 이들이 고객센터와 같은 CS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통합 플랫폼인 마이알뜰폰을 준비한 것이죠. 앞으로도 중소 알뜰폰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는데요.
이 같은 KT의 행보에는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해온 LG유플러스와 비슷하다는 것이죠.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3위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는 최근 2~3년 사이 알뜰폰 시장에 공격적인 지원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알뜰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이죠.
알뜰폰 가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는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 대비 낮지만, 최근 통신3사가 주도하는 MNO에서 알뜰폰 위주 MVNO으로 가입자 이동이 뚜렷한 만큼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경쟁사 가입자들까지 자사망으로 유입시켜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실제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 회선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며 1위 KT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기준 KT 알뜰폰 회선 수는 588만개로 1년 전과 비교해 80만개 증가했고, LG유플러스 알뜰폰 회선 수는 323만개로 97만개 증가했습니다. 양사의 차이는 265만 회선으로, 전년 대비 12만개 좁혀졌네요.
LG유플러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알뜰폰 통합브랜드 ‘+알파’를 선보이며 가입자 확대에 나섰는데요. 중소 사업자에 컨설팅·인공지능(AI) 콜센터 등을 지원하고, 알뜰폰 장기 가입자 혜택도 강화했습니다. 또 LG유플러스 매장에서 알뜰폰 상담도 함께 하고, 구독형 제휴 요금제 출시·공용유심·셀프개통 확대 등 지원을 늘렸습니다.
두 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 SK텔레콤은 뭐 하고 있냐고요? 이미 MNO 시장에서 점유율 47%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ARPU가 낮은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게 반갑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점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