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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톡] KT 미디어사업, 이번엔 다를까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2년 한국판 파라마운트를 표방한 ‘미디어허브’의 실패로, KT의 미디어·콘텐츠사업은 고전 중이던 상황.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컨트롤타워인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구필 수는 없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연이은 성공 속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KT 주가는 11일 기준 350원(0.95%) 오른 3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KT가 자사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청사진을 처음 발표한 지난 4월7일보다도 1000원(2.77%)이 오른 수치로, 올 상반기 하락장 속에서도 선방 중이다.

앞서 KT는 원천 지적재산권(IP) 확보에서 콘텐츠 기획·제작 및 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 구축에 힘써왔다. 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TV(skyTV)가 주축이다. 스토리위즈·밀리의서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스튜디오지니가 이들로부터 IP를 발굴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 skyTV가 해당 콘텐츠를 ENA(Entertainment+DNA) 채널 등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ENA는 지난 4월29일 skyTV가 자사 콘텐츠를 국내외로 유통하기 위해 론칭한 전용채널이다.

하지만 KT그룹이 지난해 3월 스튜디오지니 설립할 당시에는 기대 보다 우려가 컸다. 과거 KT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KT는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미디어허브’라는 새로운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하지만 KT본사가 유료방송 사업, KT스카이라이프가 위성방송을 담당하는 가운데 미디어허브의 역할은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미디어허브는 ‘한국판 파라마운트’라는 야심찬 포부와 달리, 2년동안 콘텐츠 유통만을 담당하다가 다시 KT그룹에 흡수됐다.

KT는 스튜디오지니와 미디어허브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역할이 불분명했던 미디어허브와 달리, 스튜디오지니는 그룹 내 미디어 자회사들이 제 역할을 잘하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와 다르게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콘텐츠에 대한 의사결정을 KT 전사가 아닌 1차는 스튜디오지니가 결정하고 2차는 각 사업부서들이 조정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사업에선 관료적인 의사결정보다 이런 현장 실무에서의 감각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지니 설립이 1년이 지난 지금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스튜디오지니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구필수는 없다’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6월 방영을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1일 기준 넷플릭스 국내 TV쇼 부문 1위, 글로벌 9위을 기록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이 첫 회 0.948%로 시작해 최근 방영된 4회에선 5.190%으로 5배 넘게 상승하며 화제성을 입증해 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 중인 ENA가 신생 채널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는 평가다.

ENA 외에도 KT그룹이 다양한 콘텐츠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시즌’과 인터넷TV(IPTV) ‘올레TV’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일부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ENA와 시즌 외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됐다.

이처럼 스튜디오지니의 행보에 순풍이 부는 가운데 증권가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1일 KT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는 ‘4만6000원’으로 유지했다.

이승웅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T스튜디오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KT클라우드 분할 등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 사업으로 사업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한편 KT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그룹 미디어·콘텐츠 매출을 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2024년까지 25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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