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보복 방한(?), 위상 높아진 한국지사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1주일 단위로 매번 글로벌 본사 임원들이 방한하고 있다.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한 글로벌SW 회사 홍보담당자의 비명이다. 코로나19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그동안 방한하지 못했던 본사 임원들의 출장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Klein) SAP CEO가 방한했다. 아태지역 중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크리스찬 클라인 CEO는 이후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SW 기업인 다쏘시스템의 버나드 샬레(Bernard Charlès) 회장도 다음 주 한국을 찾는다. 버나드 살레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뚫리면서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샬레 회장은 국내 주요 제조업체 CEO들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특정 SW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에서 전문 SW벤더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글로벌 SW기업의 한국지사에 본사 임원들이 방한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리고 있는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임원이 참여하는 것도 본격화되고 있다. 간담회로 노출되고 있는 임원 들 뿐 아니라 각 사업부 별 보고라인에 있는 담당자들의 한국 방문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3일, 빠르면 당일 일정으로 소화하던 이들 본사 임원들의 체류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만큼 지난 2~3년간 대면으로 소화하지 못했던 한국 사업에 대한 챙기기가 본격화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한국 입국 시 방역조치가 대거 완화된 것도 이러한 본사 임원들의 방한 러시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방역조치가 완화된 것만으로 본사 임원들의 한국 방문이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년여 간 한국의 높아진 위상(?)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치적으로 한국 IT시장은 글로벌 SW기업 입장에선 매출 1% 내외를 차지하는 변방에 불과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글로벌 SW기업의 임원들 입장에선 ‘한국은 자사에 중요한 시장’임을 내세우지만 그동안의 국내 글로벌 SW지사 운영의 역사를 보면 한국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시장이었다.

과거 2009년 굴지의 개발툴 업체 볼랜드(Borland)가 급작스럽게 철수했고 최근에도 모 글로벌 SW서비스 기업이 사실상 국내 시장의 직접 영업에서 손을 떼는 등 한국시장은 글로벌 SW기업 입장에선 언제든 들고 날 수 있는 시장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빠른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 등 새로운 시장의 분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등 시장 호재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가 글로벌 SW기업의 눈을 사로잡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코로나19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라는 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마스크를 벗은 나라도 많지만 아태지역에서 쉽게 입국하고 코로나19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꼽히면서 아태지역 행보에 있어 우리나라가 첫 행선지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임원들의 한국 방문이 정례화되고 중요한 일정으로 취급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본사와 지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잦아질수록 국내 지사로선 본사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용이하다. 몰려드는 임원들에 대해 스케줄을 조정하고 대외 고객 미팅을 주선하는 등 한국 지사들의 업무는 가중될 수 있지만 그만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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