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불씨 남은 5G 주파수 논쟁…통신3사 셈법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5G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통신3사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3.4~3.42㎓ 대역 20㎒ 폭 추가할당을 우선해달라는 LG유플러스 요청이 받아들여지자 경쟁사들은 못마땅한 눈치다. 추가할당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경매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쟁사들의 대응이 관건으로 꼽힌다.

3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일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에 대한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이 대역은 인접대역을 가진 LG유플러스가 가져가기에 유리한 대역이어서 경쟁사들의 반발이 컸다. SK텔레콤의 경우 공정경쟁을 위해 3사 모두 동일한 추가할당을 받을 수 있도록 3.7㎓ 이상 대역에서 총 40㎒ 폭(20㎒X2)을 같이 할당해달라고 신청했고, KT는 할당이 되더라도 주파수 사용 시기와 장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과기정통부는 3.4~3.42㎓ 대역을 먼저 공급(경매)하기로 하고, 3.7㎓ 이상 대역은 종합 검토를 거쳐 나중에 할당키로 결정했다. 또한 할당 사업자에는 ▲5G 무선국 15만국 설치(2025년 12월까지) ▲농어촌 공동망 구축 완료 시점 6개월 단축(2023년 12월까지) ▲인접대역을 보유했을 경우 신규 무선국 1.5만국 선행 구축(단, 농어촌 공동망에서는 할당 즉시 주파수 활용 가능)이라는 조건을 부과했다.

이로써 웃게 된 것은 사실상 LG유플러스다. 경쟁사와 달리 인접대역을 보유한 만큼 경매에서 3.4~3.42㎓ 대역을 가져갈 확률이 크기 때문. ‘인접대역을 보유했을 경우’의 조건은 실상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조건 자체는 예상보다 과도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신규 무선국 1.5만국 구축은 업계에서 봤을 때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이 아닌데다, 농어촌 공동망 활용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불만스러운 눈치다. 3.7㎓ 이상 대역을 같이 할당해달라는 SK텔레콤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KT가 지목한 조건 부과도 없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산장비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외산장비(화웨이)를 쓰고 있는데, 경쟁사들은 LG유플러스가 외산장비에 주파수 추가할당까지 받는다면 핵심 경쟁 지역인 수도권에서 품질 격차가 뒤집힐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할당이 어떻게 이뤄질 것이냐다. 이번 3.4~3.42㎓ 대역 할당은 통신3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매 규칙은 동시오름 입찰과 밀봉 입찰의 혼합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저 경쟁 가격은 1521억원으로 책정됐다.

현재로서는 LG유플러스가 경매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고, SK텔레콤과 KT는 유불리를 고려해 경매 참여 여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경쟁사들이 경매에 참여하기로 했다면, 단순히 참전만 하고 경매 가격을 올려 LG유플러스를 견제하는 등의 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5G 품질 제고를 위해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제 주파수를 할당받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경매 참여와 별개로 이번 추가할당에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확률은 극히 낮다. 당초 KT는 SK텔레콤의 3.7㎓ 이상 대역 할당 신청 이후 자신들도 추가적인 수요 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또 다른 수요 제기가 있을 가능성도 적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다른 통신사에서 추가 할당 요청이 또 들어온다면 다시 일정이 연기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3.4~3.42㎓ 대역 추가할당은 할당 공고 일정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미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3.7㎓ 이상 대역에 대해 또 다른 사업자가 주파수 신청을 할 경우에는 (2023년 이후 할당키로 한) 300㎒ 폭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연구반을 통해 같이 병행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가 경매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KT는 지난 1월 열린 주파수 추가 할당 관련 공개 토론회에서 “우리도 경쟁 대응 차원에서 할당 참여 여부를 고민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할당 참여 자체가 불가하다고 정부에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매 불참을 시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LG유플러스는 ‘무혈입성’으로 주파수를 할당받게 된다.

한 사업자의 단독입찰이 될 경우에는 전파법 제11조제1항에 따라 심사를 통한 정부 산정 대가 할당으로 전환된다. 과기정통부는 단독입찰이 될 경우에는 가치상승요인(+α)을 많이 반영한 최저경쟁가격이 할당대가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 2018년 본경매 당시보다 주파수 활용도가 커진 만큼, 가치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다. LG유플러스 측은 “주파수 가치가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