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통신사와 알뜰폰]<상> 통신자회사 점유율 제한, 필요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알뜰폰 가입자 둘 중 한 명은 통신사 자회사의 가입자란 얘기다.

당초 알뜰폰의 역할은 통신사 위주 과점 시장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뜰폰 시장마저 통신사들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정부가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업계는 갑론을박 중이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통신사가 기여한 바도 적지 않아서다. 과연 점유율 제한 논란은 어떻게 봐야 할까?

◆ 통신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53.7%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통신3사 자회사들(KT엠모바일·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은 사물인터넷(IoT) 회선 제외 53.7%로 과반을 차지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4년 대형 통신사들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은 IoT회선을 포함해 점유율을 산정하고 있어, 등록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IoT회선 포함일 경우 같은 기간 합산 점유율은 31.4%다.

정부는 그러나 IoT회선이 기존 알뜰폰 고객회선(B2C)과는 다른 기업회선(B2B)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점유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뜻하는 대로 간다면, 통신사 자회사들은 당장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LG유플러스 등 일부 통신사들이 반대하곤 있지만, 현행법상 사업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정부·국회 안에서도 엇갈리는 찬반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사업자들간 의견은 제각각 엇갈린다. 일단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화 했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진행돼 왔다. 과방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4월 통신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상임위의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통신사 자회사의 개수를 제한하는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은 현재 과방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과방위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기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양정숙 의원안에 대해 “개정안과 같이 통신 분야의 특정 시장에서 일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해당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소비자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공정경쟁을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는 해당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장점유율에 대한 사전 규제는 과도한 규제로 판단되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후규제를 통할 것을 권했다.

◆ SKT 대 KT·LGU+도 이해관계 충돌

사업자들간에도 의견이 충돌한다. 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점유율 제한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현재 SK텔레콤은 5G 중심의 고ARPU(가입자당평균매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ARPU인 알뜰폰 회선으로 가입자가 이탈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결정에 따라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파격 의사를 내비친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점유율 제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과 달리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대신 알뜰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의 합산 회선 수는 145만7921건으로, 알뜰폰 1위인 KT엠모바일(110만1051건)을 넘어선다.

◆ 중소 알뜰폰 업계는 어떻게 보나

통신사 자회사들을 제외한 중소 알뜰폰 업계 안에서도 이견이 많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알뜰폰스퀘어 개소식 행사 당시 “통신3사 자회사들을 3년 내로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은 실제 통신3사의 자금력을 이용한 과도한 마케팅·영업행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을 도산하게 만든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조차 직접적인 통신사 규제보다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성장동력과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신3사의 브랜드 경쟁력이 알뜰폰 시장에 흡수돼 초기 가입자들을 유인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로하여금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게 한다면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보다 오히려 통신3사(MNO)로 옮겨가는 비중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자회사들의 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실제 통신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과도한 경품을 지급하고 기존 알뜰폰 가입자를 타겟으로 한 장려금 정책을 펼친 사례도 분명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 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