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모르쇠 ‘OTT통합’ 강행…업계 “사회주의서 있을 법한 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OTT 통합은 업계가 사업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해온 사안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방통위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에 대해 비난 여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최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OTT 통합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OTT 해외진출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국정과제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OTT 통합은 토종 OTT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종종 언급됐다.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가 연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국내외에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설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수년전 OTT 사업자가 또 다른 사업자에 통합을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2020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는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를 상대로 한국 OTT가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티빙에 OTT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티빙 측이 “웨이브로부터 제안받은 바 없다”고 일축하며 합병설은 허무하게 일단락 됐다.
업계는 OTT 시장 상황이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모두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한 지 1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어떠한 형태의 통합을 구상 중인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하나의 신생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형태가 될 경우 사업 방향성을 어떻게 통일할지도 문제다. 각 사업자가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시장도 다르다. 왓챠는 이미 지난해 일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티빙은 올해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플랫폼을 통제한다는 발상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서나 있을법하다. (OTT 통합이) 국정과제로 선정되면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특히 업계는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OTT통합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OTT 통합에 대해 언급한 가운데 업계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 왔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해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한 행사에서 OTT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업체 간 통합은 서로 가지고 있는 지향점이나 방향이 달라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OTT통합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OTT 수익의 일부가 콘텐츠 제작사로 향하는 가운데 OTT 통합이 자칫 제작사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과제는 공적영역과 민간영역을 분리해서 추진해야되는데 민간영역까지 정부가 손을 대는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OTT통합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더라도 알맹이 없는 국정과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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